안성조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안성조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11월 6일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을 기념하여 국제관함식이 있었다. 관함식은 군 통수권자가 함대와 장병을 사열하는 의식으로써 이번 관함식의 호스트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이즈모’ 호위함에 올라 사열하였다. 이번 관함식에 우리 해군은 1만 1000톤급 군수지원함 ‘소양함’이 참가했다. 소양함은 참가한 12개국 중에서 9번째로 항해했고 이즈모를 향후 거수경례를 했다.

이번 관함식 참석을 두고 여러 가지 논란이 분분했다. 첫째는 욱일기 논란이다. 우리 해군이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군기인 욱일기와 모양이 거의 같은 해상자위대기에 경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변명이 참 궁색하다. 자세히 보면 욱일기와 해상자위대기가 살짝 다르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런데 1954년 제정된 자위대법 시행령에서는 ‘해상자위대 자위함기는 욱일 모양을 사용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일본 정부가 욱일기라고 인정한 것을 우리나라 정부가 아니라고 변명하고 있으니 모양이 우습다.

둘째는 정치적 굴욕 논란이다. 일본의 일부 의원은 관함식에 한국 함대가 초청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지난 2018년 해상자위대 초계기에 우리 광개토대왕함이 레이더 조사(照射) 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그때 일을 사과하고 관함식에 참석하라는 것이 해당 의원들의 입장이다. 당시 일본 측의 초계기가 우리 독도 동북쪽 160㎞ 해상에서 150m 고도로 우리 광개토대왕함 500m까지 위협 비행하였으니 오히려 우리가 사과를 받아야 할 입장이다. 해를 입힌 사람이 당한 사람 더러 사과를 하라니 이것도 참 모양이 우습다. 더군다나 일본 측에서 우리 해군을 초청한 것이고 우리는 초대를 받아 참가하는 입장이므로 어떤 면에서는 참으로 불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과 한미일 공조를 감안하여 참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묵은 감정이 남아 있고 여전히 망언을 일삼고 있지만, 일본도 우리의 우방국이니 참가 못 할 것은 없다. 다만 이번 기회를 빌어 관함식 참가의 기본방향을 정하는 것이 좋겠다.

첫째, 공론화와 토론이다. 앞으로도 일본에서 욱일기를 내걸고 개최하는 관함식은 계속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미일의 삼각 공조 체계 속에서 계속하여 복잡하고 곤란한 일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공론화와 치열한 토론을 거쳐 참가의 원칙을 정해나가는 것이 필요하겠다. 국제관례, 참가방법, 경례방법, 인정의 범위 등 여러 가지 차원에서 검토해 봐야 한다. 껄끄러운 문제라고 해서 미뤄두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논란이 된다. 지혜를 모아 시나리오별로 현명한 방법을 마련해 두면 좋겠다.

둘째, 국민 자존심에 상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북한 미사일에서 시작된 안보위협은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니고 일본도 비슷한 입장이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일본보다 우리나라에서 먼저 파악된다. 일본 입장에서는 1초라도 빨리 미사일 발사를 파악해야 하므로 우리나라의 군사정보 교류가 필요한 입장이다. 결국 우리가 일본에 대해 군사적으로 아쉬운 만큼 일본도 우리에게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굳이 저자세로 군사교류를 청할 필요가 없다.

일본과의 군사교류가 필요하지만, 일본의 자세전향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대착오적인 일본의 태도에서 실망감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