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주차 문제로 시민 불만 폭주…대구시 "뚜렷한 처벌 규정 없어"

대구 달서구 도원동 이면도로와 본리동 대명천로 노상 주차장에 카라반과 캠핑카가 주차돼 있다. 나중일 기자
14일 대구 달서구 본리동 대명천로 노상 주차장.

이곳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주차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무료로 운영되는 공영주차장에 캠핑카와 카라반이 장기간에 걸쳐 주차하면서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다. 노상 주차장에 주차된 카라반은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된 듯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도로변에는 6대의 카라반과 1대의 캠핑카가 방치됐지만, 연락처가 적힌 카라반과 캠핑카는 단 한 대도 없었다.

A씨는 “가뜩이나 주차할 공간이 없어 몇 번을 도는 경우가 많은데 캠핑카와 카라반이 계속 그 자리에서 자기 주차장처럼 장기 사용하고 있다”며 “한 달 넘게 장기 주차하고 있는 카라반을 보면 여기가 공용 주차장인지 카라반 전용 주차장인지 모르겠다.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급증하는 캠핑카, 급증하는 주차난.

대구지역 캠핑카 등록 대수는 최근 3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대구경북연구원은 지역 캠핑카 주차문제 실태를 분석 결과를 내놨다.

지역 캠핑카 등록 대수는 지난 2019년 957대에서 지난해 1745대로 최근 3년간 1.8배 급증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캠핑활동이 증가하면서 캠핑카 이용수요 역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캠핑카 장기주차에 대한 민원 건수도 2019년 223건에서 지난해 644건으로 70% 증가했다.

캠핑카가 짧은 기간 급증하면서 캠핑카 전용 주차장 문제가 심각해진 것이다.

여기에 주차용량 감소도 제기됐다.

캠핑카 전장과 전폭이 일반 차량보다 크기 때문에 보통 2개 주차구획에 주차하거나 주차선을 넘어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말이나 휴가철에 주로 사용, 한 달에 20일 이상 장기 주차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주차장 이용효율이 떨어뜨리는 등 일반 운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캠핑카 주차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어 일반 운전자들의 불만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020년 10월 8일 개정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48조는 카라반만 차고지 확보 규정이 있을 뿐 다른 캠핑카는 차고지를 확보 규정이 없다. 하지만 법 개정 이전에 등록한 카라반은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 않아 차고지 의무규정에서 벗어나 있다. 여기에 차고지 허위 등록이 많고 허위 등록을 단속할 규정도 없어 사실상 관리 자체가 전무 한 실정이다.

박상환 달서구청 교통지도팀장은 “민원이 많은데도 캠핑카와 카라반 장기 주차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뚜렷한 처벌 규정이 없다”면서 “소유자에게 신고된 차고지로 이동 주차를 요청하는 이동 협조 공문을 보내는 등 계도에 나서고 있지만, 소유자가 되려 따지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캠핑카 연도별 등록 추이. 대구경북연구원 정웅기 박사
△제도 정비 나선 대구, 실제 주차장 확보는 아직.

캠핑카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캠핑카 주차장 조성과 주차단속·주차장 조성 제도개선, 주차제한 단속·지도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공영주차장 일부를 캠핑카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용 수요에 비해 주차공간에 충분히 여유가 있는 공영주차장을 대상으로 캠핑카 장기주차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인천시는 남동구 소래 제3복합공영주차장과 계양구 계산택지1지구 복합공영주차장 등애 캠핑카 전용 주차장을 국내 최초로 이미 조성됐다.

캠핑카 전용 공영주차장을 조성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경기도 부천시는 기존 캠핑장 울타리 부지를 정리, 전용 주차장을 만들면서 노외주차장에서 발생한 일반 차량과 캠핑카의 주차 문제를 해결했다.

대전시 유성구는 명소 사찰인 광수사와 토지 사용 협약을 맺어 계산동 일원 부지면적을 확보하면서 임시공영주차장을 만들었다.

민간에서 주차장을 조성할 경우 수요 예측이 어려워 현실화되기 힘들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활용도가 낮은 공영주차장과 유휴 부지를 활용, 캠핑카 주차 공간을 조성하면 일정 비용을 국가가 보조할 수 있도록 지원 근거를 신설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차장 확보와 함께 단속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북구청은 주차장 위탁업체와 재계약하면서 카라반 주차금지 조항을 만들어 카라반 유입을 차단했다. 노외주차장은 2.3m 주차장 입구 높이제한시설을 설치, 캠핑카의 진입을 차단한 것이다.

동구청의 경우 경찰청과 협의를 통해 유원지 진입도로 주변에 보행자의 안전한 보행을 위한 보행로를 설치, 캠핑카 주차를 막고 있다.

정웅기 대경연 박사는 “캠핑카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차 공간 확보가 필수”라며 “주차 이용을 금지할 수 있다는 것만 명시하고 있는 부분도 개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 “주차장 확보를 위한 지원과 동시에 장기 주차 등 편법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같은 실질적인 조치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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