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 망월지 전경. 수성구청.

대구 수성구청이 추진한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망월지와 서식지인 욱수산 일대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이 사실상 무산됐다. 환경부가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 대신 수성구청이 망월지 일대 생태공원 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할 때 국고보조를 해주는 방향으로 선택지를 바꿔서다. 환경부가 망월지와 욱수산 일대를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할 경우 ‘다양한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지역 또는 생태계의 표본 지역’이라는 명목으로는 전국 최초의 사례가 되기 때문에 환경부의 판단에 관심이 쏠렸었다.

수성구청은 도심과 가까운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망월지에서 두꺼비가 대규모로 산란지로 이동하는 자체가 희소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환경부는 두꺼비는 달성습지 대명유수지에 서식하는 맹꽁이처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에도 포함되지 않은 데다 희귀종도 아니고, 전국 어디에서도 두꺼비 하나를 내세워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생태적으로 중요하거나 자연경관이 수려해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큰 지역으로서 환경부 장관이 자연환경보전법에 근거해 지정·고시한다. 지자체가 아닌 환경부가 예산을 들여 직접 관리하는 생태계의 보고인 셈이다. 특히, 국립생태원이 관리하는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180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 두꺼비 산란지와 서식지 등지에 대한 토지 매입비를 환경부 예산으로 부담하게 되며, 국립생태원이 직접 관리하게 된다.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이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수성구청은 토지 매입비 등의 부담을 안게 됐다. 그래서 환경부는 수성구청이 망월지 일대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에 국고를 보조해주는 방법을 제안했다.

국비 21억 원을 포함해 30억 원 규모의 도시생태축 복원사업과 국비 20억 원을 보태주는 40억 원 규모의 생물자원보전시설 설치사업을 환경부가 제안했는데, 환경부는 2023년도 예산안에 반영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수성구청은 도시생태축 복원사업을 통해서는 망월지 북쪽과 남쪽 대에 2026년까지 인공습지와 훼손지복원숲, 생태체험자 등을 조성하고, 생물자원보전시설 설치사업을 통해서는 생태교육관과 주차장 등을 지을 예정이다.

수성구청은 자체 예산 64억 원을 들여서 지난 10월 망월지 북측 농지 11필지 가운데 8필지를 지주들로부터 매입했으며, 내년에는 15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북측 잔여필지 3필지와 남측 4필지를 사들일 예정이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지 못해 아쉬움이 크지만, 국고보조사업을 바탕으로 수성구 자체적으로 망월지 일대를 기후변화시대에 있어서 생태 감수성을 높일 핵심 아이콘 지역으로 만들겠다”면서 “특히, 두꺼비를 캐릭터 산업으로 발전시켜서 골목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수성구를 대한민국 대표 생태도시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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