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가속페달 자유자재…어린이 보호구역서 해제
스마트폰 앱 호출 20초 만에 배차…10.6㎞ 구간 목적지까지 이동
자율주행 시스템 모든 안전 상황 제어…교통약자 보호구역은 제외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고 가속페달 위에 발을 올려두지 않았는데도 차량이 부드럽게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나중일 기자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고 가속페달 위에 발을 올려두지 않았는데도 차량이 부드럽게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좌회전 방향지시등이 자동으로 켜지더니 핸들이 저절로 움직이면서 차선을 바꿨다.

차량이 보이지 않는 한적한 도로에 들어서자 계기판 속도는 시속 57㎞를 가리켰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주행 속도만큼 불안감이 커졌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2차로에 있던 다른 승용차가 1차로로 끼어들자 빠르게 속도를 줄이면서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다른 차량 뒤로 서서히 멈췄다.

차량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 4대와 카메라 5대, 전방 레이더 1대가 장착되면서 주변 객체와 도로 환경을 인식하며 달릴 수 있어서다.

12일 대구 달성군 현풍읍 대구테크비즈센터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목적지를 입력하고 호출 버튼을 누르자 20초 만에 2분 거리에 떨어진 자율주행차가 배차됐다.

잠시 뒤 멀리서 흰색 카니발 차량 한 대가 도착했다.
 

‘달구벌 자율차’ 내부에 부착된 모니터로 차량의 주행 상황과 속도, 이동 동선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나중일 기자

대구시가 지난달 29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시범 운행에 들어간 자율주행 자동차인 ‘달구벌 자율차’다.

테크노폴리스 10.6㎞ 구간에서 손님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비용을 받지 않고 자율주행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안전띠를 매고 탑승 준비를 마치자 자율주행을 시작한다는 안내음성과 함께 모니터에는 주행 상황과 속도, 신호등이 표시됐다.

여기에 다른 차량이 지나가는 모습까지 인식할 수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들어섰다는 안내 음성이 들려오자 자율주행이 기능이 해제됐다.

현행법상 어린이 보호구역과 노인 보호구역 등에서는 자율주행을 할 수 없어 반드시 사람이 운전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다.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0단계에서 5단계까지 나뉜다.

달구벌 자율차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모든 안전 상황을 제어하면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주행이 가능한 4단계 수준에 가깝다.

하지만 어린이 보호구역 등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핸들을 잡는 등 운전자가 개입해야 해서 사실상 3단계다.

또한 운전석에는 안전요원인 자율주행 매니저가 반드시 탑승해야 한다.

서은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사업추진본부 매니저는 “목적지까지의 지도 정보를 받아 운행하기 때문에 차선 변경도 스스로 이뤄진다”며 “레이더와 라이다, 카메라 등 센서가 신호등이나 물체를 인식해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교통약자 보호구역을 제외한 모든 구간에서는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자율주행이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달구벌 자율차는 운행 일주일 만에 80건의 호출로 100여 명이 탑승했으며, 사전 신청자 수도 700명에 이른다.

이용방법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 홈페이지 뉴스 게시판 ‘대구 달구벌자율차 이용안내’에서 탑승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이후 휴대전화 문자 내용을 확인한 뒤 테크노폴리스에서 카카오T 앱으로 자율주행 차량을 호출하면 된다.

3대의 자율주행차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간 동안 운행한다.

내년부터는 테크노폴리스∼국가산업단지까지 28.2㎞ 운영 구간을 확대해 물류 운송도 한다는 방침이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는 “국토부와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 시민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의 여객 물류 통합 자율주행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며 “국내에서 가장 안전하고 이용하기 편리한 자율주행 서비스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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