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운 등을 긁을 수 있지
손톱에 끼인 때도 파낼 수 있지
발뒤꿈치만 조금 들면
천장에 친 거미줄도 걷어내지
귀찮은 파리를 쫓을 수 있지
피리 부는 흉내도 낼 수 있지
노래하며 손장단을 맞출 수 있지
얏! 얏! 칼싸움도 할 수 있지
바람에 날리지 않게 시험지를
꾹 눌러둘 수 있지
장롱 밑에 들어간 것도 꺼낼 수 있지
그래 힘들었으니 그냥
놔둘 수도 있지
야아, 이 좋은 생각이 이제야 떠오르다니?
얄밉게 구는 네 등짝을 힘껏
후려칠 수도 있잖아!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분명히 있을 텐데……. 뭐지?
뭐……. 뭘까?

[감상] 예술가는 사물을 예사(例事)로 보지 않는다. 시인은 ‘30센티미터 자’를 들고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 모양이다. 장난기가 발동한 모양이다. 창의적 사고 기법 중에 스캠퍼(SCAMPER) 기법이란 게 있다. 대체하기, 조합하기, 응용하기, 수정·확대·축소하기, 용도 바꾸기, 제거하기, 반대로 하기로 독톡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 ‘용도 바꾸기(Put to other use)’만으로도 이렇게 신나는 상상을 할 수 있다니! ‘내가 ( )을/를 산 까닭’ 시 놀이를 아이들과 해봐야겠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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