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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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잠깐만 죽을게
삼각형처럼

정지한 사물들의 고요한 그림자를 둘러본다
새장이 뱅글뱅글 움직이기 시작한다

안겨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안겨 있는 사람을 더 꼭 끌어안으며 생각한다

이것은 기억을 상상하는 일이다
눈알에 기어들어 온 개미를 보는 일이다
살결이 되어버린 겨울이라든가, 남쪽 바다의
남십자성이라든가

나 잠깐만 죽을게
단정한 선분처럼

수학자는 눈을 감는다
(하략)

[감상] 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 음미할만한 대사가 나온다. “수학이 단순하단 말을 못 믿네? 곧 믿게 될 거다. 인생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게 된다면.” 인생은 나를 증명하는 일이다. 수학자는 증명되지 않는 건 믿지 않는다. “수학을 잘하려면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아네? (…) 용기! 문제가 안 풀릴 때는 화를 내거나 포기하는 대신에 야, 이거 문제가 참 어렵구나. 내일 아침에 다시 한번 풀어봐야겠구나, 하는 여유로운 마음. 그것이 수학적 용기다. 그렇게 담담하니 꼿꼿하게 하는 놈들이 결국엔 수학을 잘 할 수 있는 거야.”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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