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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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을 거야 담쟁이도
한 번에 담을 넘고 나무를 타고
벽을 덮지는 못했을 거야
점프하다 떨어지고
헛디뎌 미끄러지기도 했을 거야
튀어나온 돌조각을 붙잡고 버티기도 했을 거고
아래로 곤두박질쳐서 늘어지기도 했을 거야

길이 없는 게 문제고
답이 없는 게 문제인데

담쟁이는
어제보다 조금 더 올라갔으니
오늘도 무럭무럭
문제와 만났을 거야

[감상] 이윤경 시인의 첫 동시집 『담쟁이는 문제를 풀었을까요?』(브로콜리숲)를 재미있게 읽었다. 근래에 펼친 동시집 중에 윗자리에 놓을만한 세공(細工)이 돋보였다. 눈길이 오래 머문 동시가 많았다. 시인은 끊임없이 보석을 다듬고 매만졌으리라. 세상에 ‘한 번에, 단번에, 손쉽게’ 다다랄 수 있는 길, 찾을 수 있는 답은 없다. “길이 없는 게 문제고/ 답이 없는 게 문제”이니 우리는 그저 묵묵히 “어제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문제와 만나고 얽히고설키면서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리라.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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