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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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이 없어 나를 꼭 껴안아 줄 수는 없지만
새로 태어날 수는 있습니다.

추운 아이들과 살기 위해
나는 발이 없지만 걸어서 왔습니다.

하늘을 꼭꼭 밟고 왔습니다.

[감상] 우리 반 아이들의 글기지개(일기)를 읽다가 기현이가 쓴 「나의 반려동물」 중에 “물고기는 쓰다듬어 줄 수 없어 안타까웠다.”라는 글에 밑줄을 그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쓰다듬어 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꼭 껴안아 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만큼이나 간극이 크다. 눈사람은 껴안을 수 있다. 그래서 눈사람은 따뜻하다. 눈사람을 만드는 일은 쓰다듬고 껴안고 손잡기 위해서다. 사람은 체온으로 사랑을 느낀다. 누군가를 껴안기 위해 새로 태어나려는 시인의 눈사람처럼, 포옹(抱擁)은 사랑의 근원이다. 추운 아이들, 추운 사람들을 따뜻하게 껴안아 줄 눈사람이 “하늘을 꼭꼭 밟고” 당신을, 나를 찾아왔으면 좋겠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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