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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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홀로 앉아 있는 이들 곁에서
작은 촛불이라도 켜게 하소서
이들은 창밖의 어떤 불빛도 새어 들어오지 못하는
얼음장 속에 갇혀 있습니다

자식을 잃고 형제와 친구와 사랑하는 이를 잃고
울부짖는 이들 곁에서 함께 통곡하게 하소서
차가운 돌무덤에 갇힌 자들의 체온은 영하
이들은 흐르는 눈물조차 얼어붙는 찬 바닥에 갇혀 있습니다

산난조각난 심장 곁에서 함께 부서지게 하소서
산산조각난 심장의 부스러기로라도 곁에 있게 하소서
이들은 꽃도 피지 않고 새도 노래하지 않는
겨울 정원을 견디고 있습니다

이미 대못이 박혀 결박당한 사지에 대못만은 박지 않게 하소서
비수가 박혀 마비된 심장에 더는 비수를 꽂지 않게 하소서
진실은 아직 눈물조차 스며들지 않는 아스팔트 밑에 묻혀 있습니다

진정한 애도는 진실뿐입니다
진실만이 산산조각난 심장에 대한 예의입니다

[감상]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밤이었다. SNS에 올라온 참혹한 동영상을 보고 이게 정녕 대한민국 서울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인가 싶어 어안이 벙벙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장관은 아직 유족들에게 사과는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으니 정말 심장이 산산조각 날 지경이다. “진정한 애도는 진실뿐”이라는 시인의 결연한 음성에 목이 멘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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