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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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노래를 듣기 위해 새장을 사지 않고
주머니를 꺼내 모이 그릇에 채워놓지 않고
한 그루 나무를 심고 물을 주며
향기로운 그늘을 키우는 사람이 있다
꽃을 꺾어 창가에 놓지 않고
꽃씨를 뿌리며 그 꽃씨가 퍼져나가
세상을 물들이는 꿈을 꾸는 사람이 있다
제 몸의 온기를 나누어
쫓기고 지친 마음을 껴안을 수 있다면
한 뼘은 더 따뜻해질 것이다
우주의 시간이 빛날 것이다
새해 첫 마음 한 발, 첫 발자국,
내 안의 바로 너
나 또한 세간의 문을 열고 그 길에 한 걸음
내딛는 시작이기를

[감상] 시를 읽고, 내가 애지중지하는 그림책 <미스 럼피우스>를 떠올렸다. “꽃씨를 뿌리며 그 꽃씨가 퍼져나가/ 세상을 물들이는 꿈을 꾸는 사람”이 바로 미스 럼피우스였다. 럼피우스는 ‘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꿈꾸었고 실천했고 이웃들과 나누었다. 나는 무엇으로 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 거창하고 대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저 꾸준히 읽고 쓰며, 아이들에게 시와 책을 정성껏 읽어주는 일이 나의 ‘세아일(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당신의 ‘세아일’은 무엇인가?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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