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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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는 달지 않았다
수로처럼 길게 드러누운 만어산 계곡
눈들이 산란을 시작하자
나무를 공략해서 찌를 세운다
단 한 번의 월척을 놓치지 않으려고
숨 멎을 듯 거칠어진 눈보라 속을 헤엄쳐
입질을 기다린다
생의 끝자락을 굳게 물고 있는 계곡,
어두운 유혹에 한 번쯤 빠져들기도 하던,
눈발의 울음소리 그 아득한 낭떠러지를 거슬러
올라온다

계곡을 딛고 있던 눈 뿌리들
일제히 나무들을 밀어 올린다
목울대를 타고 뜨겁게 들어앉는 힘,
드디어 은밀하고 깊은 곳으로부터
찌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음 붙일 곳 몰라 산발한
눈발들 끌어안고 꽃이 되는 나무들
온통 한 빛으로 다가오는,
이미 입질은 시작되었다

[감상] 나뭇가지에 꽃이 핀 것처럼 얹힌 눈을 ‘눈꽃’이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서리꽃’이라고 한다. ‘상고대’는 나무나 풀에 내려 눈처럼 된 서리를 말한다. 그러니 ‘눈꽃’과 ‘상고대’는 용례가 다르다. 밀양 만어산 계곡에 아름다운 눈꽃이 “찌”, “월척”, “입질”의 ‘나란히 있으리라 상상도 안 해 본 단어들’과 어울리며 긴장감 넘치는 시가 되었다. 자연은 무위(無爲)지만, 행하지 아니함이 없다. 눈꽃 산행을 며칠 앞두고 그저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만 하기로 다짐한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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