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자사 4부작 다큐멘터리 '신의 길, 인간의 길'에 대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론 보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SBS의 고위 관계자는 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기총의 반론 보도 요구가 있었지만 내부 검토 끝에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남은 3부 역시 예정대로 방송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기총 관계자들은 4일 오후 목동 SBS 사옥에서 다큐 제작진과 방송사 고위 임원진을 잇따라 만나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방송 중지를 촉구하는 한편, 방송 내용에 대한 반론보도를 요구했다. 이에 SBS측은 지난달 29일 방영한 1부 내용에 대한 한기총의 반론을 6일 밤 방송될 2부 앞 부분에 내보내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SBS 노조는 "초법적, 막무가내식 외압"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5일 오후에는 '한기총은 협박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SBS노조는 성명에서 "한기총 임원진이 SBS 제작진 대표를 향해 쏟아낸 말들은 누가 봐도 협박이고 압력이며 언론에 대한 부당한 회유"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기총이 반론을 원한다면 그들의 결의대로 언론중재를 신청하거나 법원에 호소하면 될 일이다. 언론사에 몰려와서 방송을 중지하라고 협박하고, 단식 투쟁하겠다며 농성을 벌일 일이 아니다"라며 "오로지 자신들의 입장 만이 진리이고 다른 시각과 태도는 용인할 수 없다는 한기총 임원진의 막무가내식 행태는 종교 간 대화와 소통과 이해, 관용을 강조하는 '신의 길, 인간의 길' 프로그램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신의 길, 인간의 길'은 기독교의 교리와 예수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프로그램으로 제1부 '예수는 신의 아들인가'는 초기 기독교에 관한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이스라엘, 이집트, 로마, 터키, 시리아를 현지 답사해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와 2천 년 전 예수의 모습은 어떻게 다른지 살폈다.

제2부 '무하마드, 예수를 만나다'는 예수 사후 600년이 지나 태어난 무하마드는 어떤 시대적 배경에서 이슬람교를 창시했고,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지 다루고, 제3부 '남태평양의 붉은 십자가'에서는 인간이 가지는 원초적인 종교성은 무엇이며, 그 종교성을 남에게 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와 결과를 초래하는지 살핀다.

마지막으로 제4부 '길 위의 인간'은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가 현실에서 폭력을 정당화하는 이유와 종교간 화해는 불가능한 것인지 알아본다.

이에 대해 한기총은 "SBS가 '신의 길, 인간의 길'에서 '예수가 사람'이라는 내용을 방송하는 것은 그를 신으로 섬기는 기독교의 핵심을 거짓말이라고 규정하는 것인 만큼 그냥 참고 넘어갈 수 없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한기총은 이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전인 지난달 27일에도 SBS에 방송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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