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천 한국지역난방공사 상임이사 사업본부장
정상천 한국지역난방공사 상임이사 사업본부장

우리정부는 작년 12월 28일 한국판 인도·태평양전략(이하 ‘인태전략’)을 발표하였다. 이는 같은 해 5월 21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인태지역의 중요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인태지역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판 인태전략 수립을 환영한다”라고 발표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였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신아시아 외교 구상’, 박근혜 정부 때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문재인 정부에서는 ‘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 등 과거 우리정부는 정권별 지역전략을 발표하였다. 과거 정부의 지역전략이 북한 등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에 국한되거나 경제·통상 협력에 한정된 반면, 윤석열 정부의 인태전략은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포괄적 지역 전략으로 평가된다. 부연하면, 지역협력의 지리적 범위가 인태 지역으로 대폭 확대되고, 협력의 분야도 경제통상 중심의 협력에서 더 나아가 안보 및 전략 분야, 양자·지역·글로벌 현안까지 포함한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겠다는 구상은 2007년 일본의 아베 전 총리가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2007년 인도 의회에서 그는 ‘두 바다의 합류’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하였으며,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아시아·태평양’을 대신해서 ‘더 넓은 아시아’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여기에는 일본이 지역안보에 있어서 좀 더 큰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아베의 야심이 담겨 있었다.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항해 경제, 군사적 연대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같은 해에 미국, 호주, 인도, 일본을 포함하는 4자 안보협의체, 즉 쿼드(Quad)로 알려진 비공식 전략안보협의체가 탄생하였다. 쿼드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전략의 일환으로 사실상 중국에 대한 4면의 포위망 전략이다. 아베가 주창한 인도·태평양이라는 지역적 개념은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전략 차원에서 받아들였고, 바이든 행정부도 2022년 2월 “중국의 패권적 도전을 좌절시킨다”는 목표로 새로운 인태 전략을 발표하였다.

한국판 인태전략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되고 열려있는 전략으로서 중국 배제 전략이 아닌 인프라·통상·공급망 분야 등에서의 경제협력과 번영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신남방정책의 연장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인태지역 국가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경제협력을 인태전략의 핵심내용으로 하며, 중국 배제에 반대한다는 원칙을 설정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일부 국내언론에서는 ‘미국 편중’ 외교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하였지만, 중국을 바로 이웃으로 하고 있는 우리의 지정학적 입장을 잘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것은 김성한 NSC 실장이 “윤석열 정부가 인태 지역을 어떻게 보며, 우리 국익의 극대화를 위해 어떤 방향성으로 협력할지를 상세히 담았다”고 설명한 것에도 뒷받침된다.

인태지역은 세계 GDP의 62%, 무역의 46%, 해상 운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우리나라 전체 교역액의 60% 이상, 해외직접투자의 66%를 차지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더구나 인도와 동남아 등 잠재력이 큰 국가들이 많아 세계경제의 중심이자, 미래의 성장 엔진 지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세계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우리 경제의 성장활력을 되찾고 ‘자유·평·번영’의 3대 협력가치를 실현하는 무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우리나라가 개최하게 될 2024년 한·아프리카 특별정상회의, 2025년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양자, 다자간 회의를 통해 한국판 인태전략을 잘 홍보하고, 관련국의 협조를 요청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현재 외교부를 중심으로 이행 작업을 해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나, 기재부, 산업부, 국토부 등 범부처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추진해 나갈 사안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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