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경북일보는 앞으로 매주 목요일자에 전 대한소아과학회장과 경북의대 소아과학과장을 역임한 이건수 경북대의대 소아과학 명예교수의 ‘의학 칼럼’을 게재한다. 지금 국가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사태에 따른 여러 가지 의료계의 문제점과 대책을 심도 있게 헤쳐보기로 했다. 이와함께 소아질병에 대한 예방과 진료에 대한 해박한 학술적 분석도 실을 예정이다. 이 교수는 소아혈액 및 암 전문의로 대한혈액학회 이사장, 대한의학유전학회 회장 그리고 아시아혈액학회 회장을 지낸 혈액 및 암의 권위자다.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2023년도 전반기 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수련의 지원 현황에 따르면 전국 62개 수련병원에서 191명의 모집인원 가운데 지원자는 13개 병원에서 33명에 불과했다. 경북대병원을 포함한 49개 수련병원에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이런 현상은 오래전부터 보여왔으나 올해 들어 더욱 심각하게 대두됐다. 수련의들로 부터 비인기과로 지적되고 있는 흉부외과와 산부인과도 수련의의 지원자수가 해마다 크게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대책과 발생 원인 등을 깊이 있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소아과 전문의 제도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전부터 시행되어 내과, 외과, 산부인과와 더불어 인기 진료과목으로 의학도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1970년대를 접어들면서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으로 ‘둘만낳아 잘 키우자’ 운동이 시작된 후 90년대를 접어들면서 가족환경이 핵가족화로 바뀌면서 출산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와함께 건강보험의 진료수가도 소아청소년과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수가를 타 진료과와의 형평성의 잦대를 맞추어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아 수련의들의 선호도도 따라서 감소하기 시작해 오늘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의 근본적인 문제는 전국민 의료보험의 시행에서 찾아볼 수 있다.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에서 소아과 진료의 특수성에 대한 수가 배려가 없다는 데 있다. 소아청소년과의 진료에는 고난도의 진료가 요구된다. 의사표시가 어려운 어린이 환자의 경우에는 특히 의료진의 세심한 관찰과 병력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요구된다. 환자와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의료사고도 타 진료과에 비해 발생 비율과 위험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특수 상황에 대한 고려도 없이 의료수가는 여타 과의 진료수가와 같게 책정되어 있는 데서도 수련의들이 기피하는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런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일차로 건강보험 진료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비인기과에 대한 수련의들의 지원자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 것이다. 또한 ‘금쪽보다 더 귀한 내 새끼’의 진료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맡겨야 한다. 한 예로 국가예방접종은 접종약이 같은 것이니 의사면허증이 있는 의사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성인에게 예방접종을 하는 것과 어린이에게 접종을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예방접종을 하러 온 어린이에게 접종만 하지 않는다. 접종 전에 반드시 부모로부터 어린이에 대한 세밀한 건강상태까지 확인한다. 빈혈과 비만 등이 있는지 등 환아(患兒) 부모가 의사와의 병력소견을 접할 기회를 얻는 이중의 혜택을 보는 것이다.

의과대학 교과과정은 학문 차원에서 질병의 병리와 치료 및 주의점을 가르칠 뿐이고 인턴과 전문의 과정은 실질적인 질병의 경과 및 합병증과 예후까지 추적 관찰할 기회를 통해서 통합치료(total care)를 배우게 된다. 의과대학 졸업후 의사면허증만 획득하면 진료를 다 할 수 있게 한다면 세분화 된 전문의제도는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세밀한 진료가 요구되는 소아 진료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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