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소아 환자들이 병의원을 가장 많이 찾게 되는 질환은 상기도 호흡기감염(일명 감기, 비염)이다. 어린이들은 1년에 3~8회 정도 걸린다. 이 질환은 해당 바이러스가 호흡기 즉, 코와 입을 통하여 흡입되어 발병한다. 면역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점막세포로 바이러스가 침투, 증식해서 세포를 궤멸시키고 혈중으로 퍼져 전신에 확산된다. 심하면 전신 증상과 함께 면역저하를 일으켜 2차 세균감염에 의한 기관지염, 폐렴, 부비동염, 중이염 등 합병증을 유발하며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키는 질환이다. 물론 모든 환자가 이렇게 중증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감기는 ‘약 먹으면 7일, 안 먹어도 1주일’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러나 면역학적으로 성인에 비해 어린이들은 상대적으로 취약해서 쉽게 기관지염 등 하부 호흡기로 확산되기도 한다. 초기 증상이 콧물이라고 해서 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어머니들은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는 경우가 있다.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전문의 수련기간 동안에 진찰 때 청진기로 청진하는 것을 배운 적이 없다. 대부분의 시간을 귀·코·목 질환의 수술에 전념하였다. 반면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수련기간 4년 내내 청진기로 심장 잡음뿐 아니라 미세한 호흡기 잡음까지 잡아내는 진료방법을 배웠다. 이런 차이점이 있음을 소아환자의 부모들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부모들은 아픈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소아환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맡겨야 한다는 보건의식 정도는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내 아이의 병을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어린이가 감기로 시작해서 2차 세균 감염에 의한 기관지염, 폐렴으로 확산되었는지는 청진기로 기본진료를 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외에는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가 없다. 또한 나이에 따른 항생제 선택과 치료 기간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맡겨야 한다. 어린이를 두고 있는 가정에서는 이런 의학적 상식은 필히 익혀 두는 것이 복잡한 질병이 발생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최상의 방법일 수가 있다. 요즘 부모들은 자식을 최고로 배려를 해서 키우고 싶은 것이 부모들의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생명에 제일 기본이 되는 진료는 왜 전문의를 찾지 않는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다년간 진료를 해 온 경험으로 볼 때 안타깝고 이해할 수가 없다. 어린이에게 생긴 질병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로 국한하도록 해야 되는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해결이 될지 과제가 심각하다. 많은 의사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만 이 같은 문제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근본적 대책 수립이 요구된다. 강조하지만 소아청소년의 질병에 대한 진료를 지금과 같이 모든 의사가 할 수 있다는 보편적 진료 개념을 우리 의사들부터 사고를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만 의학도들 가운데 소아청소년과를 지망하는 숫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서도 심각한 병들의 초기 증상이 감기처럼 시작되는 경우가 있는데 진단 시기를 놓치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필자의 진료 경험을 한 예로 들어본다. 어느 날 할머니가 오랫동안 기침을 많이 하는 손자 어린이를 데리고 멀리서 치료를 받으러 왔다. 오랜 기간동안 ‘약을 먹으면 증상이 완화되다가 먹지 않으면 심해진다’고 하였다. 진찰 결과 전형적인 ‘기관지천식’의 호흡음이 들렸다. 기관지 천식은 만성질환이다. 어릴 때부터 적절하게 치료되지 않으면 후유증으로 심각한 폐기능저하 상태가 발생된다. 이런 어린애들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미리 찾았다면 보다 나은 유치원 생활로 활발하게 뛰어 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소아질병에 대한 부모들의 의학 상식이 절실함을 위의 사례에서 입증하고 있다. 예방접종에서 단순 감기라고 생각되는 병까지 어린이의 건강과 심리 그리고 질병에 대해서 전문적 지식을 쌓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귀한 내 아이를 맡겨야 한다는 사실을 부모들에게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과 대책도 시급한 실정이다. 물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에게도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은 책임이 있다고 본다.

국가예방접종(NIP)은 소아청소년과의 진료 중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접종 후 심각한 부작용 ‘아나필락시스’는 드물게 발생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생명을 잃을 수 있다. 미리 예측할 방법도 없다. 그러나 발생되었을 때 살릴 수 있는 기회는 있다. 아나필락시스는 대부분 접종 후 15분 이내 발생한다. 그래서 적어도 15분은 병원 내에서 관찰해야 한다. 발생되면 즉각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여 살릴 수 있어서이다. 국가에서 무료 접종하기 전에는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해당의사가 의료과실로 입건되고 피해 가족들로부터 가혹한 항의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가족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피할 수 없는 의료사고에 시달리는 것은 진료 의사였다. 특히 소아 환자의 경우 환부에 대한 진료의사와의 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자칫 의료사고 발생 확률이 성인에 비해 높다. 그래서 의학도들이 소아청소년과를 기피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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