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1950년대 모택동 핵심측근으로 중국공산당에서 국방부장관을 역임하고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 총사령관으로 판문점에서 유엔군과의 휴전협정에 직접 서명했던 중공(中共)의 전쟁영웅이며 중국 근대사의 걸출한 장군으로 추앙 받던 팽덕회(彭德懷)가 문혁 당시 홍위병들에 의해 삼반분자(三反分子)로 몰려 북경항공대학에서 열린 대규모 군중집회에 끌려 나왔다. 1967년 7월 말 섭씨 40도를 웃도는 불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 수만 명 군중 앞에 70대의 팽덕회가 끌려 나와 무릎을 꿇었다. 등 뒤로 양손이 묶인 팽의 목에 걸어놓은 팻말에는 ‘삼반분자 팽덕회’라는 일곱 글자가 쓰여 있었다. 삼반(三反)은 ‘반공산당’,‘반사회주의’, 반모택동사상’을 뜻한다. 홍위병들은 팽의 머리채를 잡아 뒤로 목을 힘껏 젖히며 ‘배신자’ ‘반혁명 분자’라고 고함을 질렀다. 구름 떼의 군중들은 홍위병의 구호에 맞춰 함성을 질렀다. 한 사람의 영혼을 갈가리 찢어놓는 잔혹한 인격 살해의 조리돌림이었다.

2023년 3월 더불어민주당에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서 ‘가결 같은 부결’로 나타난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임하고 있는 ‘개딸’(개혁의 딸)들이 당내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집단 공세가 무섭게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SNS를 통해 항의성 문자 폭탄을 무차별 터트리며 어떤 반론이나 항변의 기회도 주지 않는다. 뒷배의 친명 핵심 의원들은 ‘배신자들의 반란’이라며 ‘개딸’들을 부추긴다. ‘개딸’들은 배신자 색출용으로 ‘살생부’ 명단을 뿌리고 “찬성표 맞는지 답을 달라”는 협박성 문자도 비명계 인사들에게 들이대고 있다. 차기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의원들은 지레 겁을 먹고 “가결표를 찍지 않았다”고 서둘러 자백을 하는 등 국민에 의해 선출된 입법기관의 행태가 안쓰러울 정도다.

비명계 일부 의원들은 이들에게 공개적으로 맞서며 ‘이 대표 사퇴’와 ‘지도부 인적쇄신’을 요구하고 나서고 친명계는 “가당찮다”고 일축하고 있다. 계파 간 내홍이 내전 상태로 치닫고 있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지난 6일 MBC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대표에 당선됐으면 ‘방탄 정당’ 공격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과 전략을 제시하고 그 리더쉽을 발휘할 책임이 있다”며 “이 대표의 민생 메시지가 안 먹힌다면 당 대표를 물러나겠다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얘기”라고 했다. 이 대표가 용퇴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취지다. 비명계 전재수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개딸’의 비명계 색출 행태를 “싸움이 난 데다가 더 큰 싸움을 만들고 갈등과 분열이 있는 곳에 기름을 붓는 정치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비명계는 더 이상 ‘개딸’의 공격에 수세로 몰릴 수 없다며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상황이 격화되자 이재명 대표는 ‘개딸’측에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에 나섰으나 ‘개딸’ 측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 거취 결정을 위한 전 당원 투표를 비롯해 ‘개딸 여론조사 공천반영’ 등을 주장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수박첩자 7적 처단’이란 포스터를 만들어 이낙연 전 대표를 영구제명하는 것을 비롯 문재인 전 대통령도 ‘첩자’로 보고 처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수박깨기 행사’까지 벌였다. 이 와중에 ‘개딸’측과 문재인계 ‘문파’간의 온라인 청원 경쟁도 계파 간 내전에 기름을 붓고 있다. 비명계와 문파측에선 이 대표 출당과 제명 청원을 지난 4일 당 게시판에 올리자 동조자 4천여명이 동참을 했다. 친명계도 당 게시판에 반란표의 뒷배로 낙인 찍은 이낙연 전 대표 제명 청원을 하자 7만6천명이 가담했다. 또 다른 친문 성향 모임인 ‘민주주의 4.0’도 당 내홍 사태에 발을 담그는 등 당권 쟁취를 위한 민주당의 내전은 친명·비명·문파(文派)까지 3대 계파가 뒤엉켜 2천여 년 전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최후의 승자는 어느 문파(門派)가 차지할지 당권 내전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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