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천 한국지역난방공사 상임이사·사업본부장
정상천 한국지역난방공사 상임이사·사업본부장

지난 3월 10일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공식적으로 확정되었다.

중국은 이미 2018년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 연임 제한을 폐지하였기 때문에 시 주석의 3연임은 일찍이 예견된 일이었다. 시 주석은 당대회 개막식 연설에서 “당 중앙의 ‘집중통일영도’를 견지하고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하여 1인 통치체제로의 전환을 사실상 선언하였다. 이는 그동안 유지해왔던 ‘집단지도체제’의 공식적인 종언을 알리는 선언이기도 하였다. 또한 중국의 역대지도자들 중에 마오쩌둥에게만 부여되었던 ‘인민영수’ 칭호가 시진핑 주석의 호칭으로도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중국의 지도부는 과거 권력 1인 집중화의 폐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과거의 관행을 완전히 탈피하여 ‘중국몽(中國夢)’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치며 등장한 시진핑 집권 3기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혼란스럽고 복잡하다.

한중 양국은 1992년 8월 24일 수교를 맺은 이후 작년에 양국관계 수립 30주년을 맞이하였으며, 그동안 한중관계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였다. 정치적으로는 양국 지도자들의 빈번한 상호 방문과 정치·외교적 상호의존성이 증가함에 따라 2008년부터 양국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였다. 경제적으로 두 나라는 꾸준한 발전추세를 지속하여, 중국은 미국,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제1위 교역대상국으로 부상하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중 교역 규모는 현재 3000억 달러로서 1992년 수교 당시의 63억 달러에 비하여 47배 이상 증가하였다. 중국은 우리의 제3위 투자대상국이며,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 수가 3만여 개에 달하는 중요한 경제협력의 대상이다. 또한 한국을 찾은 중국인 수는 2016년 827만 명으로 최고정점에 달하였다가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한중관계 경색으로 439만 명으로 감소하였다. 이후 2020년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방한 중국인은 2021년 기준 18만 명으로 대폭 감소하였다. 예전에 명동거리와 제주도 성산 일출봉에 그렇게 많았던 중국인들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이것이 현재 한중관계의 냉랭함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강한 리더십을 표방하는 시진핑 집권 3기 출범은 앞으로의 한중관계가 순탄하지 않을 것 임을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기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정상화와 추가 배치 공약은 향후 한중간 가장 논란이 많은 주제가 될 전망이다. 또한 우리의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실무그룹 참여 움직임,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 강화,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대만 4개 국간의 반도체 동맹, 즉 칩4(Chip 4)’ 참여 문제 등도 한중관계를 더욱 경색되게 만들 중요 변수이다.

한국에게 중국은 공존 번영해야 할 강대국이고, 중국에게 한국은 친성혜용(親誠惠容) 외교의 최우선 대상국이다. 친성혜용 외교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성의를 다하며 상대방을 포용’한다는 의미의 중국 정부가 제시한 외교이념이다. 일의대수(一衣帶水)의 지정학적인 운명을 지닌 한중 양국은 현재의 밀접한 경제, 사회문화적 관계를 정치, 안보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다. 우리 정부는 동북아 정세에 영향을 미칠만한 정책 결정은 주변국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실행해 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한중 양국 간 서로 충분한 의사소통과 의견교류를 통해 상호불신을 해소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는 것만이 미래지향적 한중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화하는 유일한 방책이 될 것이다. 한미동맹, 한미일 동맹강화가 중국, 러시아, 북한의 3각 동맹을 강화시켜 신냉전구도가 형성되는 상황을 방지하여야 할 것이며, 한중 관계가 상유이말(相濡以沫 : 물이 마르자 물고기들이 서로 모여 침으로 서로를 촉촉하게 적셔 주는 관계)의 관계가 되도록 서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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