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더불어민주당 당권 장악을 둘러싸고 과거권력과 현재권력에 미래권력까지 뛰어들면서 싸움의 양상이 점입가경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임하는 ‘개딸(개혁의 딸)’이 ‘수박첩자 7적 처단’ 포스터 맨 윗자리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올리고 미래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둘째로 실었다. 친명계의 ‘개딸’이 과거 권력과 미래 권력을 싸잡아 ‘국짐(힘)의 수박첩자’로 몰아 처단의 칼날 앞에 세웠다. 문 전 대통령은 이 포스터를 보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권력무상을, 아니면 인과응보라고 자책했을까. 권력무상이라고 생각했다면 민심이 손뒤짚 듯 뒤바뀌는 세상의 흐름을 탓하며 다소나마 마음의 위로를 찾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과응보라고 느꼈다면 앞으로 닥쳐올 홍위병식 펜데믹 정치 세력과 맞서야할 운명을 생각해야 될 것 같다. 이번 일로 문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소환해본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 후보경선 당시 자신의 강성 지지층인 ‘문빠’가 민주당 비문재인(비문)계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 폭탄과 ‘18원 후원금’을 보낸 것에 대한 언론계의 질의에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었다. 그는 ‘문빠’의 이 정도 공격은 경선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조미료라는 뜻으로 말했던 것. 이재명 대표도 이듬해 문빠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았다. 2018년 경기도지사 경선 때 ‘문빠’측이 이 대표 부인 김혜경씨를 특정해 “혜경궁 김 씨는 누구입니까”라는 신문 광고를 내걸었다. 방대한 분량의 자료집에는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다-경기도지사 선거 출마자 민주당 이재명에 대한 거부 서명 및 의견 모음집’이라는 제목의 책자까지 발간했다. 이 정도 공격의 수위면 요즘 ‘개딸’의 비명계 의원들에게 보내는 공격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이 대표가 그때 당한 공격을 개딸들이 되갚음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근 ‘개딸’의 비명계 공격에 대해 이 대표가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주길 바란다”고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만류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적잖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자제를 바로 해야지 공격이 한참 진행된 뒤에 하는 건 마지못해 하는 것처럼 비친다”고 꼬집었다. 다른 정치계 인사도 “이 대표가 ‘개딸’의 공격을 즐기는 듯이 보인다”고도 했다. 여하튼 문 전 대통령의 이름이 ‘7적 처단자’ 명단 첫 번째로 올려진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이다. 그는 지난달 말께 양산시 원동면 미나리 축제에 다녀오고 이달 안으로 사저 인근에 북카페를 열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지난달 초에는 최근 조국 전 장관이 펴낸 책을 추천해 이목을 끌었다. 그가 봄기운과 함께 몸을 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 비명계 최대 계파인 친문계의 움직임도 문 전 대통령의 움직임과 함께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비명계 모임 ‘민주당의 길’은 이재명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전부터 세 결집을 추진해 오면서 이 대표 사퇴론과 당직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친문계는 문 전 대통령과의 원팀을 위해 문 전 대통령의 북 카페 개설에 맞춰 친명계에 대한 반격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 전 대통령으로서는 안으로는 친명계 강성 지지층의 공격에다 밖으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권력형 비리 수사라는 압력을 협공받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돌파구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안팎의 협공을 수동적인 자세로 기다릴 수만 없다는 절박한 판단에서 친문계와 조기에 원팀을 이룰 개연성이 높다. 또한 내년 총선 공천에서 친문계가 지분을 확실하게 확보하지 못하면 친문의 보호막도 없어지고 홀로 광야에 서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여기다 미래 권력으로 불리는 비명계 이낙연계의 부상과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의 강연 정치도 재개되고 있어 민주당은 이래저래 현재·미래·과거 권력의 쟁패전이 여의도 정치판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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