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가 입버릇처럼 ‘국가 균형발전’을 외쳐왔지만 해가 갈수록 ‘수도권 과밀-지방소멸’ 구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은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8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풀지 못한 정책 난제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도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균형발전 비전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회는 국회대로 ‘지방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처리를 미루고 있고,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경제정책들이다. 국가 균형발전 관련 자치분권위원회와 균형발전위원회의 통합 문제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그대로여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정부가 최근 삼성전자를 앞세워 경기도에 300조를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인 경기도 용인과 기흥·화성·평택·이천 등에 반도체 생산단지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이 들어서게 된다. 삼성전자는 300조 원이 투자되면, 직간접 생산 유발 700조 원, 고용 유발 160만 명이 생길 전망이고 밝혔다.

이미 수도권 공장총량제는 사문화된 지 오래지만 삼성전자의 이 같은 투자는 윤석열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도 기대를 접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은 수도권에 300조를 쏟아 부으면서 지방에 10년간 60조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입막음용 정도로밖에 볼 수 없다.

정부가 비수도권 자치단체를 상대로 첨단산업단지니, 특화단지니 유치 경쟁을 시키면서 결과적으로는 수도권에 투자를 집중시키고 있다. 정부가 삼성 투자와 별도로 반도체특화단지 공모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공모전에는 삼성전자의 성장 거점이었던 경북 구미시를 비롯해 전국 15개 자치단체가 뛰어들었다. 비수도권 자치단체들의 생존 절박성이 잘 드러나는 혈투다. 2차전지 특화단지 공모에도 2차전지 앵커기업이 들어서 있어서 다른 어떤 지역보다 입지 여건이 좋은 경북 포항을 비롯해 전국 10여 곳의 자치단체가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는 이전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과감하게 양질의 일자리가 있는 대기업의 비수도권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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