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식 안동병원 경북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예방관리센터장

최규식 안동병원 경북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예방관리센터장
최규식 안동병원 경북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예방관리센터장

어제 한잔 하셨습니까?

2021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에 선정된 가수 정밀아의 앨범인 ‘청파 소나타’ 3번 트랙 ‘어른’에서 가수는 젊은 시절을 훌쩍 지나 어른이 되어 비 오는 날 밤의 울적하고 이상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막걸리를 마십니다.

대다수의 어른들은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으실까요?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술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유행이 거의 끝나가면서 요즘 저도 술자리 모임 참석이 조금 잦아졌습니다. 2015년을 정점으로 우리나라의 주류 소비량은 하락하고 있고 코로나19 대유행기를 거치며 음주 문화도 많이 바뀌어 가볍게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있습니다. 국민건강 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년 전과 비교해서 남성의 월간 음주율(월 1회 이상 술을 마신 비율), 고위험 음주율(월 1회 이상 남성 1회 7잔 이상, 여성 1회 5잔 이상 마신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추세이나 여성의 경우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간암 발생률과 사망률은 하락 추세이지만 알코올성 간질환은 남녀 모두 지속상승 추세를 보여 유병률이 7%가량으로 상당히 높습니다.

술의 유해성은 각종 암, 간질환, 위장질환 등등 너무 다양하지만 저는 그중 두 가지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첫 번째, 술을 마시면 살이 많이 찝니다. 1kg의 체중을 감소시키려면 7700kcal의 열량을 소모해야 하는데 알코올은 직접적으로 몸에서 활용되는 영양소는 아니지만 다른 영양소의 소모를 늦추어 살을 찌게 합니다. 알코올 1g은 7kcal의 열량을 가지고 있어서 16도짜리 소주 한 병엔 알코올의 칼로리만 약 400kcal가 들어 있습니다. 가령 일주일에 두병씩 소주를 마신다면 일 년이면 100병이니 4만킬로칼로리의 열량을 더 얻게 되어 5kg 이상의 체중 상승효과가 있고, 5도짜리 맥주 500ML 두병을 매주 마신다면 1년에 3kg 가까이 체중이 증가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술은 뇌의 노화를 가속시킵니다. 안티에이징에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시대에 가장 섬뜩할 이야기인데 노화의 정도는 마시는 알코올의 양에 비례하며 최대 10년 이상 뇌를 가속노화 시킨다고 합니다. 지금은 근거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는 술에 대한 유명한 통념 중 하나가 1-2잔 정도의 소량의 음주는 건강에 이롭다는 것입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술을 1-2잔만 마실 수 있는 통제력을 가진 사람의 건강관리가 술을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보다 훨씬 좋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발생한 오해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류의 오랜 문화유산이자 인생의 윤활유인 술은 건강의 측면에선 백해무익하지만 완전히 외면할 수 없다면 제가 제안하는 슬기로운 음주 생활을 위한 수칙을 함께 실천해 보시면 어떨까요?

첫 번째로 알코올 섭취만을 위한 음주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알코올은 간편하게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강력한 중독 유발 물질이라 맛과 향이 부족하면서 알코올 도수만 높은 술은 중독위험이 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왕이면 맛과 향이 풍부하며 술에 담긴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이른바 떼루아가 있는 술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로 빠르게 취하는 원샷, 폭탄주를 피하고 천천히 음식과 함께 마시는 것입니다. 천천히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시면 많이 마시기 어렵고 알코올의 흡수가 천천히 이루어져서 숙취를 유발하는 알코올의 대사물질이자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 처리에 도움이 됩니다. 세 번째는 즐거울 때만 술을 마시는 것입니다. 슬프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땐 차라리 숨이 턱까지 차도록 달려보세요. 십중팔구는 괴롭고 슬픈 일이 숨이 차서 생각이 나지 않게 됩니다. 과음을 하면 알코올이 신경세포를 마비시켜서 잠시 세상사의 고민을 잊게는 해주겠지만 몸도 버리고 뇌세포도 죽고 그 다음날 컨디션도 엉망이 됩니다. 네 번째로 간헐적 음주를 실천하는 것이 좋습니다. 술을 마시는 중에도 잔을 띄엄띄엄 비우고 술을 마시는 날도 뜨문뜨문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급적 술을 마신 후 3일은 쉬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소량의 음주를 매일 하면 간은 당최 쉴 시간이 없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것을 잊지 마세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 요즘 유행하는 알코올 제로 맥주를 드셔보세요. 다섯 번째로 음주 다음날 수분과 영양 섭취를 충분히 하세요. 문화권에 따라 숙취 해소 음식은 다르지만 수분, 당분, 미네랄 및 비타민 섭취는 거의 공통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의 인생도 망치고 타인의 인생까지 망칠 수 있는 음주 운전은 절대 하지 마세요. 술을 마신 후에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킥보드, 경운기, 자전거 같은 운송 수단도 절대 몰아서는 안 됩니다. 가까운 거리라면 술도 깨고 알코올의 높은 칼로리를 소모할 겸 집까지 걸어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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