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대구 동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 마련된 ‘반짝 기억다방’에서 경증치매 어르신들이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동구청
“처음에는 실수를 걱정했는데, 선생님들과 연습도 많이 해서 이제는 자신 있습니다. 주문 많이 해주세요!”

왼쪽 가슴에 ‘주문할배’ 명찰을 단 강대균(77·율하동)씨가 22일 대구 동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운영된 ‘반짝 기억다방’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경증치매를 앓고 있는 동료들과 커피·디저트를 판매하는 강씨는 모든 메뉴를 좋아한다며 다방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경증치매가 있는 탓에 실수로 다른 제품을 손님에게 내놓더라도 걱정은 없다. 주문과 다른 제품이 나오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야 하는 ‘반짝 기억다방’만의 기본규칙이 있어서다.

‘반짝 기억다방’은 ‘반짝거리는 기억을 지키는 다양한 방법’의 줄임말이다. 지난해 10월 일회성 프로그램으로 운영됐다가 호응이 커 올해 분기별로 다방 문을 여는 정기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주민도 함께 참여할 수 있어 경증치매 어르신들은 사회교류와 인지능력 향상 등 다양한 효과를 보고 있다.

다방을 찾는다면 커피를 주문하기 전 간단한 퀴즈에 참여해 일일 화폐를 얻어야 한다. 치매와 관련된 퀴즈를 맞춰야 커피값을 벌 수 있다. 주문을 넣고 커피와 디저트를 받았다면 ‘얼굴(가수 윤인선)’과 ‘개여울(가수 정미조)’ 등 70년대 대중가요가 흘러나오는 공간을 찾으면 된다.

22일 대구 동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 마련된 ‘반짝 기억다방’에서 경증치매 어르신들이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동구청
이날 약 한 시간 동안 운영된 ‘반짝 기억다방’에는 50여 명의 주민이 찾았다. 커피를 주문한 오상인(80·효목동)씨는 “경증치매 환자들은 집에만 있으면 여러 가지 걱정이 생기기 때문에 밖으로 나와 다녀야 한다”면서 “여기 와서 보니까 일하는 분들이 정말 건강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이어 “일하고 싶어도 일을 하지 못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나”라면서 “일하는 분들을 축복해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1분기 행사를 마친 동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는 올 한 해 분기별로 다방을 운영할 예정이다.

윤석준 동구청장은 “치매 예방부터 조기검진, 치매 환자 등록과 관리까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치매인식개선사업과 인지재활프로그램, 배회어르신 실종예방사업, 치매환자 가족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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