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천 한국지역난방공사 상임이사(사업본부장)
정상천 한국지역난방공사 상임이사(사업본부장)

밀양 송전탑 사건은 2008년부터 부각된 사건으로 밀양시 4개 면을 지나는 초고압 송전탑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한전과 밀양시민 사이에 벌어진 갈등을 말한다. 경남 울주군 신고리 원전 3호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경남 창녕군 소재 북경남 변전소까지 보내기 위해 총 90.5km 구간에 765 킬로볼트(kv)의 초고압 송전선을 건설하도록 되어 있었다. 일부 구간이 경남 밀양시의 상동면·단장면 등을 통과하게 되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밀양 주민들이 송전탑과 송전선로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면서 2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하였다. 시민운동가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평화로운 산골 마을을 전쟁터로 만들어 놓았던” 사건이었다. 당시 정부로서는 경상남북도 지역의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비하고, 새로 건설되는 신고리 원전의 발전전력을 계통에 연결해서 전력공급의 신뢰도와 안정도를 향상 시킬 필요가 있었다.

우리나라 전체 전기의 40%가 수도권에서 소비되고 있음에도 수도권에는 발전소가 충분하지 못해 여타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초고압 송전선로와 송전탑을 통해 수도권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혐오시설을 떠안도록 지역 주민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중앙집중형 전원구조를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전력수급에서의 지역 간 비용과 편익의 불평등 문제가 제기된다.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따르는 위험과 비용은 지역에 집중되고,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수도권 지역은 비용과 부담 없이 서비스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대책이 분산형 전원 활성화이다. 분산형 전원은 전력의 최종 소비지 근처에 열병합발전, 연료전지, 소규모 가스터빈, 태양광 등의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거대한 송전탑과 장거리 송전선로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한해에 2조 원에 달하는 송·배전 손실(우리나라 3.5%)도 줄일 수 있다.

조만간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해 입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법은 지난 20일 산업통상자원특허 소위심사를 통과하였다. 특별법 통과는 사회적 문제를 법률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으로, 만약에 입법화될 경우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최초로 만드는 법이 될 것이다. 대규모 발전소 및 송전선로 건설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의에 기반한 에너지 정책’을 구현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신산업 육성에도 많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촉진을 위한 법안은 2021년 7월에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과 작년 11월에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두 개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었다. 두 개의 법안은 대부분 유사하나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성환 의원 법안은 배전망감독기관을 설립하며, 분산에너지 설치의무지역을 전국으로 하고 있다. 박수영 의원 법안은 배전감독의무는 산업부장관의 업무소관으로 하며, 소형모듈원전(SMR)을 분산에너지 시설에 포함하는 것이 주요골자이다. 이번에 쟁점이었던 SMR이 분산에너지로 인정되었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인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합의되었다. 정부 측에서 요구한 분산에너지 편익에 대한 문제도 ‘분산에너지 편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구체적인 계획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기로 하였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의 입법을 통해 그동안 재생에너지에 집중된 인센티브를 집단에너지, 연료전지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2027년까지 3조7000억 원의 투자를 포함한 분산에너지 특구 조성, 지역차등요금제도, 분산편익보상제도 도입 등을 통해 기업들의 지방이전을 촉진하여 지역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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