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국민의힘 친윤계가 지난 8일 치른 전당대회서 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을 싹쓸이했다. 여기다 주요 당직도 사실상 독식했다. 비윤계가 설 자리는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직할 체제’로 구성된 여당 새 지도부 진용에 만족감을 드러낸 모양새다.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새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어려운 시기에 당정이 하나가 돼 국민을 위해 힘껏 일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지난 대선 때부터 함께한 분들이라 신뢰가 크다. 이제 국정에만 더 전념할 수 있겠다”는 의미의 말을 했다고 한다. 김기현 새 대표도 “당정이 하나 되어 열심히 일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은 시작에서부터 끝날 때까지 화두는 ‘당정일체’였다고 한다.

국민의힘 지난 전당대회는 과정에서 특정인 배제를 위해 당의 경선 규칙을 당원 100%로 바꾸고 경선 중에서도 대통령실이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비호감으로 여겨온 후보를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초선 의원들은 특정후보를 비난하는 집단행동까지 했다. 이런 무리한 방법을 동원한 끝에 친윤 일색의 당 집행부가 탄생했다. ‘내부총질자’를 배제한 새로운 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여당이 정책적·정무적으로 뒷받침하는 건 당연하다. 때문에 당정 간 효율적이고 원만한 협력은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것은 맞다.

새로운 당 지도부 출범에도 국민들의 기대감은 종전보다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발표한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4.5%포인트 떨어져 37%를 기록했고 20대의 지지율은 13%로 추락했다. 20대 지지율은 대선 후 처음으로 20%선이 무너져 20대의 민주당 지지율(27%)의 절반 수준이 됐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도 2주 연속 떨어져 36.8%를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3.8%포인트가 오른 46.4%를 나타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일사불란과 단일대오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표출된 것이 아닐까. 정당의 힘은 다양성과 포용력에서 나온다. 세상의 다양한 민심을 듣고 그것이 국정 운영에 반영되도록 전달하는 것이 민주정당의 기본인데 단일대오의 한가지 색깔로만 덧칠된 당 지도부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 만찬장에서 김기현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한 90도의 인사 장면은 제3공화국과 5공에서 흔히 보던 익숙한 장면이 소환된 데다 과연 김 대표가 앞으로 있을 대통령과의 정례회동에서 대통령의 귀에 거슬리는 민심을 제대로 직언을 할 수 있을지에 의문표를 붙게 만들었다.

젊은이들은 일사불란과 체질적으로 맞지 않은 성향을 갖고 있다. 다양성과 활발한 논쟁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대표의 지지를 받은 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등 당내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젊은 후보들이 전멸했다. 김 대표가 경선 과정과 당선 연설에서 ‘연포탕’이라며 연대·포용·탕평을 강조해 놓고는 경선이 끝나자 ‘연포탕’을 언제 말했느냐는 듯 정반대의 친윤 독식 행보를 보였다. 과연 이런 당에 젊은이들이 호감을 가질수가 있겠나. 최소한 낙선자들을 포용하는 제스추어라도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끼리끼리 모임에서 ‘내쫓는다’든가 ‘같이 못 간다’ 등의 발언이 나오는 여당지도부에 호응을 할 젊은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청년층을 보듬지 못하면서 내년 총선을 어떻게 치르려고 하나. 투표는 국민의힘 당원만이 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친윤끼리 일사불란으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할 수 있다고 보는가. 과반 실패면 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도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