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지난 대선전까지만 해도 젊으면 진보, 나이가 많으면 보수라는 공식이 정치권에 유력하게 자리 잡아 왔다. 이와 함께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폐가(廢家)가 된다고 했다. 한국 정치사를 요약하는 말로 통용돼 왔다. 표의 쏠림도 그렇게 흘러왔다. 그러나 이 말도 수년 전을 뒤돌아보면 변화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보수 국민의힘 경우 멀게는 친이와 친박,근래 들어서는 친윤계와 친이계(이준석 측)로 대표되는 서로 다른 세력 간 대립과 경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비주류의 내성이 강해지고 그 세력이 일정 규모 이상 늘 존재해 왔다. 이 비주류를 밑바탕으로 하여 당내 청년들이 개혁을 말하고 당의 체질 개선을 주장해온 힘이 된 것이다. 이준석도 이들 청년들의 절대적 지지로 당 대표가 될 수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정당의 계파 갈등은 정도의 선을 넘으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오히려 당의 생명력을 유지하는데 기폭제 역할을 한다. 양 세력 간 일정한 비판과 긴장을 유지하면서 당력을 몰아가면 쳐 놓은 그물에 고기들이 모여들듯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집중적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 말기 때 여론이 야당쪽으로 기울어져 정권교체의 바람이 불었으나 박근혜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여당 내 강력한 야당 역할을 하고 조기에 여의도 마당에 텐트를 쳐 당사로 사용하는 등의 극약 처방을 하면서 친이계와 치열한 경쟁을 한 덕분에 국민들의 절대적인 관심을 모을 수 있었다. 이 관심이 표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간발의 표차지만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막판에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는 극적인 연출과 방향성이 모호했던 30대의 이준석을 끌어안으며 2030세대 표를 흡수한 덕분이었다. 지난 전당대회 때도 안철수 의원이 23%의 득표를 하면서 100% 당심이 한쪽으로 기우는 것을 견제했고 이준석계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의 선전은 전당대회를 외면했던 젊은층의 관심을 되돌리는데 절대적 양념 역할을 했다. 선거 과정에서 이들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투표율 55.1%라는 역대 전당대회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새 지도부는 이런 점을 간과했다. 지도부는 친윤으로 똘똘 뭉쳐 비주류 인사들이 들어갈 틈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친윤만 모인 당에 무슨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가질 국민이 있겠는가.

더불어민주당은 어떠한가. 최근 들어 당의 결속력은 국민의힘 보다 지나치게 질긴 끈끈함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대선을 전후해 계파 갈등을 보인 적도 없다. 당이 이재명 방탄국회를 자처하고 나서도 비명계 쪽에서 별다를 반응이 없다가 최근 들어 일부 인사들의 비판의 소리가 들리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 친명계로 콘크리트 성을 쌓아놓고 당내 이슈도 없는 이런 당에 국민들의 관심도 사라지고 있다. 유일하게 ‘개딸’류의 절대적 지지자만 있을 뿐이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에도 관심이 없다는 중도층이 30%를 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030세대로부터 46.8%의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7%의 지지율을 받았다. 과거 민주당은 젊은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온 것에 비교할 때 지난 대선 때의 젊은층의 득표율은 평년작에도 못 미치는 수확을 본 셈이다. 이 수치를 보면 ‘젊으면 진보’라는 공식도 사라지고 있고 최근 2030세대는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추세다. 그래서 스윙보트(부동층) 세대로 불리고 있다. 전교조의 교육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았던 4050 세대들도 나이를 들면서 차츰 개인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주의로 바뀌고 있어 앞으로 정당들의 선거 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어야 될 것이다. 내년 총선에선 2030세대와 중도층을 끌어안는 당이 마지막에 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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