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촉발해 사회적 합의 끌어내야"

곽노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22일 "인권위는 2001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80여건의 권고안을 냈는데 수용률이 80%에 달한다"며 "현실적으로 수용할 만한 수준안에서 권고안을 내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곽 사무총장은 이날 EBS '생방송 토론카페'에 출연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권고안을 내놓는 게 맞지 않는가'란 지적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비정규적 법안과 관련, "비정규직 법안은 껍데기만 남겨둬 헌법의 관점에서 볼 때는 실패에 가깝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인권위는 억압적인 국가문화를 타파하자는 뜻에서 쟁취해낸 기구"라며 "30년동안 쌓여온 것을 한꺼번에 해결한다는 취지로 만들었는데 조직 규모가 200명에 예산도 200억원 뿐으로 외국과 비교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인권은 가장 보잘 것 없고 못나고 욕먹는 사람들을 사람 취급해주는 것으로 결국 사람 값을 높이는 일"이라며 "이런 사람들의 값어치를 높이는 것이 우리 모두의 값어치를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위가 다른 국가기관을 지도, 감독하려고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인권위원들도 당연히 그런 문제를 고민하고 권고 시점이나 절차도 고심한다"고 전한 뒤 "그러나 인권위가 주위를 살피면서 할 말 못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눈치를 살피면 기생충밖에 안된다. 인권위는 들려야 할 소리를 들리게 해서 논쟁을 촉발시키는 게 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권위는 국가기관들이 놓치기 쉬운 방향을 비춰주는 일을 하지만 이빨이 없어 물지는 못하고 권고만 할 뿐"이라며 "논쟁을 촉발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고 발전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 총장은 "인권위는 로마로 치면 힘없고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는 호민관이자 우리 사회의 균형자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출범 이후 3년 반 동안 인지도와 공신력이 많이 높아졌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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