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두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의 미래 청사진이 담겼다.

한국전쟁 때 피로 맺어진 군사동맹을 넘어 첨단기술동맹, 경제안보동맹, 사이버안보동맹 등으로 양국 간 협력의 범위를 다각화해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의 폭을 확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정상은 이날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다음 70년 동안 철통같은 양국 관계를 확장함으로써 21세기의 가장 어려운 과제들에 정면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의 다가올 70년은 지금까지 중 가장 찬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앞서 ‘역사적으로 모든 동맹 중 가장 성공한 동맹’이라고 평가한 한미동맹을 미래에 더욱 확장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미래 한미동맹의 키워드는 ‘다각화’다.

대통령실은 이날 ‘한미정상회담 주요성과’ 보도자료에서 “확장억제, 경제안보, 첨단기술, 인적교류, 지역·글로벌 협력 등 5대 핵심 분야에서 다각적 동맹 관계를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으로 양국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에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를 신설하고, 반도체, 배터리, 양자 등 첨단기술 협력을 증진하기로 했다.

우주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한미 미래세대 청년 각 2천23명에게 총 6천만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도 공동성명에 포함했다.

동맹의 무대를 ‘글로벌’로 넓힌 점도 주목된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 대북 문제를 넘어 기후 위기 대응, 에너지 안보 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 디지털 분야 연구·개발 등에 있어 긴밀히 공조하기로 하면서다.

두 정상이 한미일 3국 협력의 심화를 지지하는 동시에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안보·인도적·경제적 지원 제공을 언급하고 중국이 민감해하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강조한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소인수회담에서 “(오늘 회담은) 한미동맹이 글로벌 동맹으로 새 출발 하는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한미는 최근 한층 더 고조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나 글로벌 복합위기 속 미국 대외정책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이번 회담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한미동맹의 가장 큰 성공은 동맹이 한국과 미국 국민을 위한 더 안전하고 밝은 미래를 달성하는 것”이라 전제한 것이 그 흔적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형 확장억제’는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수준으로 강화함으로써 북핵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핵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많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새로운 확장억제 공약은 이례적으로 공동성명과 별도로 마련된 특별 문서인 ‘워싱턴 선언’을 통해 명문화됐다.

이밖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양국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상호 호혜적인’ 공급망 생태계의 구축을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외교·정치적 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하는 한미동맹상(像)을 구현해 나간다는 공동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 성과는 한미 정상 간의 신뢰와 우애를 토대로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11일 만인 지난해 5월 말 한국을 방문해 첫 한미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이후 마드리드, 런던, 뉴욕, 프놈펜에 이어 이날 워싱턴 DC까지 여섯 차례나 만나 친교를 다져왔다. 이번 합의는 1년 전 합의 사항보다 더 진전된 협력 성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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