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고기 등 평년비 가격 상승
비교적 저렴한 냉동 수요 급증
간편함·가성비·보관 기간 장점
8일 오후 포항시 남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전 모씨(42)는 카트에 냉동식품을 넣으며 이렇게 말했다.
“4인 가족 저녁 식재료를 사러 나왔다”는 전 씨의 카트에는 쌈채를 제외하고는 냉동 삼겹살을 비롯해 찌개용 채소류와 과일·간식까지 대부분 냉동 식재료로 채워졌다.
고물가에 가계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절약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신선함이 중요한 채소류와 과일마저도 냉동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등 긴축에 나선 모습이다.
1인 가구가 늘면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소비하기가 어렵고 편리함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 점도 냉동 상품 수요 증가에 힘을 보탰다.
이마트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경북·대구지역 매장의 냉동 채소 매출이 19.7% 증가해 전체 채소 매출 신장률(2.1%)을 큰 폭으로 뛰어넘었다고 8일 밝혔다.
고물가에 채소 가격도 오르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냉동 수요가 늘어난 셈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의 지난 2일 대구지역 평균 도매가격을 살펴보면 양파(상품·15㎏)는 2만2천200원으로 평년(1만3천433원)보다 65.2%나 올랐다.
대파(상품·1㎏)도 평년(1천430원)보다 60.8% 비싼 2천300원으로 나타났다.
찌개류 주 재료인 애호박(상품·20개)은 평년(1만4천867원)보다 34.5% 오른 2만원, 청양고추(상품·10㎏)은 평년(4만333원)보다 24% 비싼 5만원에 거래됐다.
냉동 채소가 가격도 저렴하지만, 찌개용이나 볶음밥용 등으로 손질돼 나오는 데다 보관기간이 길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일도 냉동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경북·대구지역 이마트 냉동 과일 매출은 지난 1년간 6.9%나 늘었다.
특히 냉동 망고는 15.3%, 냉동 블루베리도 6.5% 더 잘 팔렸다.
돼지고기도 가격이 오르면서 냉동 삼겹살로 향하는 손길이 많아졌다.
지난 1년간 이마트에서 냉동 돼지고기 매출은 44.6% 늘었지만, 전체 돼지고기 매출은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2월 이마트가 최저가 상품으로 내놓은 냉동 대패삼겹살은 20만팩이나 팔리기도 했다.
이날 마트에서 만난 전 씨는 “식재료 뿐 아니라 간식류는 냉동 인스턴트 식품을 구비해 둘 때가 더 많다”며 “치킨이나 피자 같은 경우에도 요즘에는 배달비에 가격까지 오르니 간편함과 가성비를 생각해 냉동식품으로 대신할 때가 많은데 식비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푸념을 늘어놨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에 경제성을 고려한 소비가 늘면서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을 갖춘 냉동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