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림 안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신호림 안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지났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관습적인 표현을 온몸으로 실감하는 요즘이다. 그런데 5월에는 우리가 해마다 기념하는 날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스승의 날’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스승의 날은 교권 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여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날로서, 1963년 충남지역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은사의 날’을 정하고 사은행사를 개최한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1964년에는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지정했으나 1965년부터 5월 15일로 변경되었고, 중간에 스승의 날이 폐지된 시기도 있었지만 1982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스승의 날이 다가올 때마다 동료 교수들과 하는 이야기가 있다. ‘교수는 선생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교수와 대학생 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 보통 선생은 나보다 더 많은 삶의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그만큼 깊어진 삶의 지혜를 우리에게 제시해주는 사람을 지칭하지만, 경험적으로는 ‘스승’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한다. 특히, 초등 및 중등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교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니, 선생은 학생들의 삶과 무관한 존재가 아니며 오히려 그들의 현재와 미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수는 어떠한가? 교수는 기본적으로 ‘연구자’이며,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전공 및 교양 강의를 담당하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사회적인 통념과 자신의 연구 성과를 종합해서 대학생에게 비판적인 전문지식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언뜻 생각하면 교사의 역할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무시하지 못할 큰 차이가 존재한다. 바로 대학생은 20세 이상의 성인이라는 사실이다. ‘교수는 선생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성인이 된 대학생을 상대로 교수가 얼마만큼 그들의 삶에 개입하고 지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교수가 선생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측은 고등교육 과정에서도 초등·중등교육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대학생을 보살핌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교수는 연구와 교육뿐 아니라 학생지도 면에서 교사만큼 학생들에게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의 의견도 존재한다. 성인은 주체적으로 삶을 기획하고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대학생에게 어느 정도 삶의 방향성은 제시할 수 있어도 너무 깊숙이 그들의 삶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두 가지 견해 중 어떠한 것이 옳은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현재 필자가 소속된 안동대는 교수에게 전자의 경우를, 즉 선생으로서의 교수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주기적인 학생 상담과 장기 결석자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 원활한 취업을 위한 비교과 활동 장려 등 여러 방면에 걸쳐서 교수가 밀착해서 대학생을 보살펴주길 기대한다. 이는 예전부터 지속되어 오던 풍토가 아니며,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대학의 고육지책에 가깝다. 아마도 시간이 흐를수록 교수가 대학생의 삶에 개입하는 정도는 더 커질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교수는 선생인가?’라는 엉뚱한 화두는 이 시대의 교수의 역할에 대한 고민에 다름 아니다. 정답은 없겠지만, 이제 대학생을 보살핌의 대상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라는 소모적인 논쟁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화두는 대학생 또한 교수와 함께 대학 생활을 함께 영위하고 있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관점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대학생을 동일한 인격체로서 대우하고 함께 비판적 지식을 나누며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학문공동체로서 대학이 자리매김해야 비로소 교수와 대학생 간 올바른 관계가 정립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수직적 위계구조 속에서 일방향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관계가 아니라, 교학상장(敎學相長)하는 발전적이고 성숙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때, ‘교수는 선생인가?’라는 질문은 무의미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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