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기 안전보건공단 경북지역본부 부장

5월을 흔히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나뭇잎이 가지마다 싱그럽고 푸르른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기념일이 몰려 있다. 우리에게 5월 15일은 ‘성년의 날’이자 ‘스승의 날’로 익숙하지만, 1993년 UN에서 가정의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을 기리고자 제정한 ‘세계 가정의 날(International Day of Families)’이기도 하다. 이렇듯 5월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를 수 있을 듯하다.

우리는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일을 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행복이 지속하려면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머무르는 일터에서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작년 한 해 874명의 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 하루 평균 2.4명의 노동자가 출근했다가 가정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경북지역도 작년 57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사고로 사망했는데, 발생비율로 봤을 때 전국 평균치를 20% 이상 상회하는 높은 수준이다. 가정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한 일터가 오히려 비극을 양산하는 안타까운 현실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작년 11월 정부에서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중대 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노동자 1만 명당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사고사망 만인율’을 2022년 0.43 퍼밀리아드에서 2026년까지 OECD 평균 수준인 0.29 퍼밀리아드로 감축하는 것이 골자다.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여러 추진전략 중의 하나가 사회 각계각층의 참여와 협력을 통한 ‘안전문화’의 확산이다.

안전문화란 안전에 대해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 신념, 태도, 인식, 규범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문화란 용어에서 짐작하듯이 이는 단시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반복과 시행착오를 거쳐 생활 속에 깊이 뿌리박혀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예컨대 불과 십 년 전만 하더라도 건설현장에서 안전모를 제대로 쓰지 않고 일하는 작업자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안전모 착용이 일상화되어있다. 안전모 착용이 작업 문화로 형성되어 몸에 배어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 기준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그러나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수준은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많이 미흡한 실정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 후진국형 재해라는 추락, 충돌, 끼임, 넘어짐, 물체에 맞음 등의 사고사망자가 전체 사망자의 80%를 넘게 차지하고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작년 1월부터 중대 재해 처벌법이 시행되었지만, 처벌이나 규제만으로는 노동자의 근원적인 안전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지난 3월 사회 전반에 안전의식과 문화가 튼튼하게 자리 잡도록 전국에 있는 고용노동관서를 중심으로 ‘안전문화 실천추진단’을 발족했다. 경북에서도 포항·구미·영주·안동 4개 거점을 중심으로 고용노동관서, 지방자치단체, 노사단체, 공공기관, 언론기관, 업종별 협의체 등 63개소가 참여하여 운영 중이다. 추진단은 산업현장 안팎에서 안전이 내재화되어 문화로 자리 잡도록 안전수칙 준수 캠페인, 온·오프라인 홍보, 안전 슬로건 확산, 안전포럼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정의 소중함과 생명의 귀중함을 되새기는 5월, 일터에서의 안타까운 사고가 더는 재현되지 않길 빌어본다. 일하는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안전 최우선’의 가치가 촘촘히 뿌리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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