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TBC 전 보도국장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TBC 전 보도국장

“권력을 남용하여 백성들의 재산을 빼앗고 임금의 눈과 귀를 가리는 등 전횡이 심각합니다.”

퇴계 이황이 선조에게 올린 환관 폐해 상소다. 임금을 보좌하는 점을 악용한 횡포가 극심했던 것이다.

환관제도는 동서양에 모두 있었다. 명나라 때는 환관이 무려 10만 명이나 됐다. 3000명 모집에 2만 명이 몰리기도 했다. 권력과 부가 보장되는 환관이 되려고 거세 수술을 받다 죽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가장 유명한 환관이 십상시. 후한 황제 영제가 어린 나이에 즉위하자 10명의 환관들이 조정을 장악하고 매관매직하는 등 전횡을 일삼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국정 농단 십상시’ 명단이 돌았다.

민주당 대구시당이 불을 지핀 환관 파동에 경찰 조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대구시정을 시장 측근 5명이 움직인다는 말이 많다’는 논평을 민주당이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환관 조고 한 명이 진나라를 태워 먹었는데 환관이 5명이나 있으니 대구가 지금 어떻게 되고 있나”라며 실명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이 발끈해 민주당 시당 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최근 고소인 조사를 한 데 이어 피고소인 조사를 앞두고 있다.

거명된 인사들이 대구시 핵심 보직을 맡고 있어 이들이 행정을 끌고 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게다가 환관정치는 임금이 무능할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역대 최강 홍준표 시장체제와는 번지수가 맞지 않다. 어찌 보면 당대 최고 저격수이자 통 큰 정치를 표방해 온 홍 시장에게 ‘환관 지칭’ 정도는 쪼잔할 수 있다.

‘예산 확보에 야당 협조도 필요할 텐데…’ 시민들은 뜬금없는 파동이 안타까울 뿐이다. 홍 시장이 2017년 대선 출마 때 제안했었다. “더불어 살아야 할 시대, 대화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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