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환수 대구경찰청 교통안전계장

얼마 전 수원에서 시내버스 기사가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스쿨존 교차로에서 신호를 어기고 우회전하다 초등학생을 치어 사망케 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올해 1월 22일 도로교통법이 개정됨에 따라 교차로에서 우회전 시 전방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는 반드시 일시 정지, 특히나 우회전 전용신호등이 따로 설치된 곳에서는 신호(녹색화살표)에 따라 우회전하여야 함에도 신호를 무시하고 가다가 일어난 사고이다.

버스나 트레일러 같은 대형 화물차량들은 일반 차량보다 사각지대가 넓어서 우회전할 때는 특히 더 주의가 요구된다.

이렇듯 우회전 교통사고로부터 보행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우회전 일시 정지가 의무화되었음에도, 여전히 우회전 중 보행자가 희생되는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과거 안전띠 의무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처럼 우회전 일시 정지 문화가 정착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우회전 일시 정지가 생활화되도록 운전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회전할 때의 기준은 너무 간단하다.

전방 차량 신호등이 빨간불이면 반드시 일시 정지 후 보행자가 없으면 서행하며 우회전!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법이 바뀌기 전에는 전방 신호등이 적색이더라도 서행하면서 우회전할 수 있었으나 개정법은 적색 시 반드시 일시 정지 후 서행하면 되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 그 이외에 달라진 규정은 없다

이 규정은 사각지대에 있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전방 차량 신호등이 적색일 때 같은 방향 좌회전 차로나 직진 차로에 대기하고 있는 옆 차량에 의해 우회전하는 차량은 시야에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회전하기 전에 일시 정지해서 사각지대에서 나오는 보행자가 있는지를 살피고 가라는 의미다. 이때도 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다른 차마의 교통을 방해하지 않아야 하고 보행자 보호의무에 따라 횡단하는 보행자도 주의 깊게 살펴서 천천히 서행해야 한다

보행자를 배려하는 운전습관 개선을 위해 우회전 일시 정지가 정착될 수 있도록 경찰에서도 단속보다는 계도 위주로 하고 있으며, 보행자에게 직접적인 위험성을 야기하는 경우 선별하여 단속하고 경미한 사안은 운전자들에게 개정법 취지를 충분한 현장 설명을 통해 계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차도가 차만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아니라 차도 다닐 수 있게 만든 도로로 보행자가 차도를 횡단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본다. 그만큼 보행자 보호를 중요하게 여기는 지역 문화와 법적 보호 덕분에 보행자 사망사고가 상대적으로 낮다.

지난해 도로교통공단 통계를 보면, 인구 10만 명 당 보행 사망자가 OECD 회원국 평균은 0.8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1명으로 2배 이상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누구나 보행자가 된다. 항상 보행자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빨간불엔 일단 멈춘 후 우회전을 생활화한다면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사고는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스쿨존에서는 더욱 서행하면서 우회전 일시 정지를 꼭 지켜 어린이가 다치는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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