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경북만 1만4209채
철거 절차 대상도 7904채 달해
화재·붕괴 등 안전 사고 무방비
범정부 차원 법·제도 정비 시급

경북 안동시 풍산읍의 한 폐가. 담벼락이 무너지고 잡풀이 우거진 상태로 방치돼 마을 미관을 해치고 있다.이도훈 기자 ldh@kyongbuk.com
전국 농어촌 빈집 22%가 몰려있는 경북은 안전사고와 범죄 발생 우려 등 각종 부작용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신속하게 빈집을 수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

농어촌지역이 많은 경북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인구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고령화율도 높다. 주인이 떠난 농어촌 빈집은 우범지대와 흉물로 전락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한정된 예산으로는 매년 속출하는 빈집을 일제히 해체하기 힘든 실정이다.

11일 오전 안동시 풍산읍 풍산초등학교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한 마을. 마을에 들어서자 무너진 담장, 부서진 대문, 잡풀이 우거진 마당 등 오래 방치된 듯한 집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골목길을 따라 몇 걸음 걷다 보니 폐가와 다름없는 주택이 여러 채 보였다. 무너진 담장 넘어 마당에는 잡풀이 우거져 있었고 기와지붕은 곳곳이 무너져 내려 집안으로 한 발짝도 들어설 수 없을 정도로 폐허 상태였다. 폐가 우편함은 녹슬었고, 빛바랜 우편물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이처럼 빈집은 골목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화재·붕괴 등 각종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안동시 풍산읍 하리2리 이장 박기혁(55)씨는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 인구 비율 등을 고려하면 빈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집을 물려받은 자녀들도 큰돈을 들여 이를 철거하느니 처분을 포기한 채 방치한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 풍산읍의 한 폐가. 기와지붕 곳곳이 무너져 내렸고 잡풀이 우거진 상태로 방치 돼 마을 미관을 해치고 있다.이도훈 기자 ldh@kyongbuk.com
빈집은 미분양 주택을 제외하고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아니하는 주택을 말한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농어촌 빈집은 1만4209채로 이 가운데 철거 대상은 7904채 (55.61%), 활용 가능 6305채 (44.4%)다. 전국 농어촌 빈집은 6만5203채다.

도내 빈집 현황은 김천시가 1175채로 가장 많고 포항시 1165채, 경주시 1016채, 안동시 982채, 영천시 668채, 상주시 680채, 영주시 618채, 구미시 558채, 문경시 448채, 경산시 128채 순이다.

군 지역은 의성군 1282채, 예천군 979채, 영덕군 694채, 울진군 676채, 청도군 498채, 고령군 424채, 성주군 389채, 봉화군 375채, 칠곡군 370채, 군위군 367채, 영양군 364채, 청송군 262채, 울릉군 51채 등이다.

경북도와 도내 지자체들은 수천~수억 원을 들여 매년 빈집 철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빈집 매입 어려움, 예산 부족 등 한계 탓에 정비 속도보다 빈집 증가세가 더 빠른 상황이다.

빈집 철거 절차를 밟는 데 오래 걸리는 것도 문제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지자체는 붕괴·화재 등 안전사고, 범죄 발생 위험성이 높거나 위생·경관·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빈집은 이행강제금 부과 등 행정절차를 거쳐 직권으로 철거할 수 있다. 하지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되는 절차를 마치더라도 소유자가 반발해 분쟁이 일어나는 등 기간이 더 걸리거나 아예 철거하지 못할 때가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농어촌 빈집 정비사업은 매년 진행 중인 사업으로 지난해에는 도내 농어촌 빈집 1058채를 철거했다”며 “비어있는 주택은 소유자 개인 재산이 아니라 공동체, 지역 전체가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제도는 소유자 중심으로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20일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6만6000채 정도인 농촌 빈집을 2027년까지 3만3000여 채로 감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평균 7500채 정도인 정비 대상 빈집을 1만5000곳가량으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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