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전현충원 안장…국방부 장관·해군참모총장 등 참석

22일 오전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엄수된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해병대 의장대원들이 채 상병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유병탁 기자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의 영결식이 22일 오전 해병대 제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열렸다.

해병대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지인들을 비롯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태극기로 덮인 채수근 상병의 관이 영결식장 안으로 들어오자 참석자들은 모두 일어서 경례 및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영결식은 채 상병의 약력이 소개된 뒤 장례위원장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조사를 낭독했다.

김계환 사령관은 조사를 통해 “사랑하는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님께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올린다”며 “전우를 지켜주지 못한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해병이 있는 모든 현장이 더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돌아보고 또 돌아보겠다”고 강조했다.

22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열린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왼쪽)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오전 9시께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정훈진 기자 jhj131@kyongbuk.com
김 사령관은 “채 상병은 국가의 부름에 당당히 앞으로 향하면서 군인정신과 책임감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임무를 수행했던 믿음직한 해병”이라면서 “고인이 남겨준 소중한 사명, 국민을 보호하는 데 목숨을 다했던 그의 헌신과 충성스러운 모습은 영원히 우리 가슴 속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전하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이어 채 상병의 동기생이자 같은 중대에서 군 복무를 한 진승현 일병이 추도사를 읽으며 고인의 생전모습을 회상했다.

진 일병은 “중대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동기 수근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서로를 의지하며 어떤 식으로 해야 더 잘할 수 있고 배운 것에 대해 잊어버리지 않도록 항상 노력하자고 했던 나날들을 기억하니”라며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우린 누구보다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며 항상 자신감을 심어주던 너. 나는 그 덕분에 지금까지 힘내며 잘 지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으며 “사고 전날 서로 부모님께 연락하고 잠들기 전 평소처럼 서로 격려하며 힘내자고 다짐했는데 이젠 다시 볼 수 없다니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다”고 슬픈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모든 일에서 앞장서서 일하던 너는 내가 봤던 그 누구보다 진정한 군인이었고, 너를 만나게 돼서 엄청난 행운이었다”면서 “네가 계획했던 꿈들 그곳에서 편히 쉬면서 이루길 기도할게”라고 마지막 말을 전한 뒤 고인을 향해 경례했다.

진 일병이 추도사를 낭독하는 내내 영결식장에는 눈물바다가 됐다.

22일 오전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엄수된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해병대 의장대원들이 채 상병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정훈진 기자 jhj131@kyongbuk.com
추도사를 끝낸 뒤 유가족에게 인사하는 과정에서 채 상병의 모친이 진 일병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리는 등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모친은 헌화를 하면서 영정사진에 담긴 아들의 모습을 보며 통곡해 유가족들과 관계자들의 부축 속에 자리로 이동했으나, 멈추지 않는 슬픔과 괴로움으로 탈진 증상을 보여 빈소에 마련된 임시 의무실로 이송됐다.

모든 식순이 끝난 뒤 채 상병의 부모는 감사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해병대를 비롯해 전 국민의 관심과 위로 덕분에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고, 진심 어린 마음을 잊지 않고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며 “신속하게 보국훈장을 추서해줘 수근이가 국가유공자로서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게 됐다. 보훈 당국에게도 감사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수근이가 사랑했던 해병대에서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같이 비통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반 규정과 수칙 등 근본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주길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역시 해병대는 다르다’는 것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이후, 고인의 영현은 함께 근무했던 장병들의 도열 속에서 운구차로 이송됐으며, 안장식은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진행됐다.

한편, 국방부와 해병대는 채수근 상병을 일병에서 1계급 진급을 추서했고, 병사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인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여했다.

유병탁 기자
유병탁 yu1697@kyongbuk.com

포항 남구지역, 교육, 교통, 군부대,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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