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가속기 연구소 천세환 박사팀

제1저자 장호영 박사(왼쪽). 교신저자 천세환 박사.
포스텍 포항가속기연구소(PAL, 소장 강흥식)의 천세환 박사팀(XFEL 빔라인부)이 포항가속기연구소의 4세대 선형 방사광 가속기(엑스선 자유 전자 레이저)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양자 스핀 파동의 4차원 시공간 내 시각화에 성공했다.

이 연구는 물질 연구 분야 국제 권위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7월 24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빅데이터와 AI가 크게 발전하면서, 하드디스크와 같은 대용량 저장 장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자성체 기반 저장 장치의 용량과 처리 속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소재의 특성을 빠르게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기술 중 하나는 빛을 이용하여 자성 소재의 특성을 제어하는 옵토-스핀트로닉스(opto-spintronics)이다. 4세대 선형 방사광 가속기인 엑스선 자유 전자 레이저(X-ray free electron laser)는 수십 펨토 초(femtosecond = 천조 분의 1초)의 펄스 시간 폭(pulse duration) 덕분에 초고속으로 일어나는 자성 소재 특성 변화를 관측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옵토-스핀트로닉스 기술 구현을 위한 새로운 자기 상태(magnetic state)를 발견할 수 있다.

빛의 흡수를 통해 평형 상태에서 벗어난 자기 성질은 ‘결맞는 양자 스핀 파동(coherent magnon)’을 통해 드러날 수 있다. 이로써 빛-물질 상호 작용에 대한 이해는 물론, 빛으로 자기 상태를 제어하는 새로운 기능의 발견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비평형(nonequilibrium) 자기 상태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양자 스핀 파동을 4차원 시공간(3차원 공간 + 1차원 시간)에서 시각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광학 레이저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측정 기법은 자화량(magnetization)이 큰 자성체에서만 시각화가 가능하여 다양한 자성체 연구에 적용이 어려웠다.

이 연구는 기존 측정 기법의 틀에서 벗어나 공명 엑스선을 이용해 자성체 내 결맞는 양자 스핀 파동을 직접 관측하는 일을 시도했다. 공명 엑스선으로 증폭된 양자 스핀 신호를 통해 4차원 시공간에서 양자 스핀 파동을 시각화할 수 있었다. 이 실험 기법은 자화량이 작은 자성체 뿐 아니라 자화량이 존재하지 않는 반강자성체(antiferromagnet)에도 적용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이로써 빛과 자성체간 상호 작용으로 나타나는 비평형 자기 상태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었다.

연구팀은 자성체 내부 양자 스핀 정렬 구조를 알 수 있는 공명 자기 엑스선 회절(resonant magnetic X-ray diffraction) 실험 기법1)으로 육방정계 철 산화물을 측정했다. 특히 광학 레이저 펌프-엑스선 프로브(laser pump-X-ray probe) 측정으로, 빛을 시료에 쪼인 이후 시간에 따라 자기모멘트(magnetic moment)의 움직임을 관측하였다. 여러 개의 회절 신호 변화로부터 양자 스핀 파동 형태를 공간(3차원)에 재구성하고 시간(1차원)에 대한 변화를 추적하여, 최종적으로 반강자성 양자 스핀 파동을 4차원 시공간 내에 시각화2)하는 것을 성공시켰다.

연구팀이 연구한 육방정계 철 산화물은 강유전성(ferroelectricity)과 약강자성(ferrimagnetism)이 상호 결합되어 거대 자기전기효과(magnetoelectric effect)를 갖는 다강체(multiferroic)이다. 이 물질에서 빛으로 유도된 양자 스핀 파동은 강유전 분극을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빛으로 초고속 제어 가능한 차세대 양자 소재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국내의 최첨단 방사광 연구 시설을 이용하여 양자 소재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기법을 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이번 연구 결과는 빛을 이용하여 자기 모멘트 정보를 초고속으로 제어하고자 하는 옵토-스핀트로닉스 기술 분야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도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엑스선 자유 전자 레이저를 이용하여 새로운 양자 자기 상태를 밝히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 기본연구, 해외대형연구시설활용연구와 함께 위상양자신소재의 양자물성 및 시공간특성연구 (포스텍-막스플랑크 연구소, 포스텍 포톤사이언스센터), 그리고 중견연구 과제 사업 (공동 연구: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김기훈 교수)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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