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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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선비가 한 기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 기녀는 선비에게,
“선비님께서 만약 제 집 정원 창문 아래서
의자에 앉아 백 일 밤을 기다리며 지새운다면,
그때 저는 선비님 사람이 되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흔아홉 번째 되던 날 밤

선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팔에 끼고 그곳을 떠났다.

[감상] 김소연 시인의 시집 『눈물이라는 뼈』(2009, 문지)를 읽다가 시집 해설에 소개된 중국 옛이야기를 읽고 매혹되었다. 원문은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2004, 동문선)에 실려있다. 롤랑 바르트는 “기다리는 사람은 기다림의 대상을 사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숙명적인 정체는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리된 까닭으로, 기다리는 사람은 선비였고, 선비는 아흔아홉 번의 밤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흔아홉 번째 되던 날 밤” 선비는 그곳을 떠나버린다. 선비는 왜 아흔아홉 번째 되던 날 밤 그곳을 떠났을까?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떠오른다. “나는 당신의 품위를, 나의 품위를, 그리고 우리 사랑의 품위를 헤치지 않기 위해 당신과 헤어질 결심을 합니다.” 그리된 까닭으로, 선비는 ‘헤어질 결심’을 한 게 아닐까.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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