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균 영남대학교 객원교수·전 대구경북원구원장
오창균 영남대학교 객원교수·전 대구경북원구원장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됐다. 1999년 처음 논의가 시작된 후 24년 만에 역대 최다 의원이 제도적 뒷받침을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국회의원 261명이 여야를 넘어 초당적으로 법안 발의에 동참한 것이다.

달빛고속철도는 지역 화합과 국토 균형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교통망이라는 점에서 사업의 의미가 아주 특별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광주, 전남, 전북, 경남, 경북, 대구 등 6개 시·도를 통과하는 동서횡단 고속 인프라다. 이번에 특별법 발의를 성사시키는 과정에는 영호남 정치권과 경제계, 학계, 청년·시민단체까지 힘을 보탰다. 두 지역은 얼마 전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과 광주 군공항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때도 의기투합한 바 있다. 이처럼 영호남이 숙원사업인 달빛고속철도특별법 발의나 공항특별법의 국회통과에 한마음으로 대응한 것은 또 다른 기대를 갖게 한다. 드디어 뿌리 깊은 지역 갈등과 대립을 끝내고 상호 화합과 협력의 길로 나아가는 역사적 발전에 대한 바람이다.

다 알다시피 영남과 호남의 갈등은 사회문화적 차이로 나타난 게 아니다. 해방되고 나서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이렇다 할 만한 지역 대립이 없었다. 5·16거사 후 민정 참여한 대구경북 출신의 박정희 후보가 호남에서 절반을 훨씬 상회하는 표를 얻어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됐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1970년대 들어 당시 정치권이 선거에 지역정서를 이용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 정치적 격변을 겪으면서는 영호남 갈등이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을 맞았다. 세계 10대 경제대국과 선진 대한민국을 얘기하는 지금도 일부 정치인들은 의도적인 편 가르기를 시도하며 갈등 재생산을 부추긴다.

근래 우리는 이런 내부 균열을 잘 극복해가는 중이다. 식민지배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세계 유일의 국가이자 국민으로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 저변에는 산업화를 이끌었던 박정희 정신과 민주화를 주도했던 김대중 정신을 조화롭게 계승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예를 들어 동서미래포럼은 영호남과 서울 인사들을 주축으로 지역 갈등 해소와 국민 화합에 기여하고자 한다. 올해만 하더라도 ‘지역주의 극복과 지방시대의 대한민국’, ‘새로운 시대정신과 동서화합’ 등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열고 새로운 방향 모색에 열중했다. 내달에는 전국 회원들이 대구에서 모여 ‘정치·사회 혁신과 지방시대’에 관한 정책포럼을 개최한다. 동서미래포럼과 유사한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열심히 활동하는 민간단체는 숫자가 제법 많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선대위 조직에 동서화합미래위원회를 뒀다. 지역 갈등 해결 없이는 대한민국 재도약이 어렵다고 봐서다. 대통령 당선 후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방시대는 지역 특성에 맞는 자립적 발전 및 자치분권을 통해 어디서든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구현하려는 열망을 담았다. 그리고 지역 발전의 열쇠는 지역에 맡겼다. 여기에는 영남과 호남이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며 국토 남부권의 공동발전을 도모하는 식의 접근도 포함된다. 양 지역이 비생산적인 동서 갈등에 얽매이기보다 고속철도와 공항 관련 특별법 제정 등을 위해 서로 손을 맞잡은 것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영호남의 심리 정서적 거리는 과거에 비해 급격히 좁혀지고 있다. 이제는 두 지역이 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상생과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새로운 지방시대와 글로벌 수준의 대한민국시대를 선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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