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우려 인정 어려워”…박 전 단장 “채상병 억울함 없게 수사 잘 되길”
검찰단 “성실히 조사임할 것 기대…수사 지연 시 법적조치할 것”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의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일 오전 구인영장이 집행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으로 구인되고 있다. 연합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1일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군검찰이 박 전 단장에 대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을 “현 단계에서는 증거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 및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며 기각했다.

군사법원은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피의자가 향후 군 수사 절차 내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다짐하는 점, 피의자의 방어권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박 전 단장이 “언론을 통해 허위의 주장을 반복하며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며 “이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낸 것으로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점이 명백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단은 “피의자가 군사법원에 약속한 대로 성실히 소환조사에 임해 줄 것을 기대한다”며 “다시 출석거부 등 수사를 지연시킬 때는 필요한 법적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며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단장은 영장 기각 뒤 “감사하다”며 “많은 성원에 힘입어 조사와 재판에 성실히 잘 임해서 꼭 저의 억울함 규명하고, 특히 고(故) 채 상병의 억울함이 없도록 수사가 잘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앞으로 보직해임 무효확인 소송에 집중하고 오는 8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고발인 조사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단장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국방부 장관을 잘못 보좌하고 위법한 법 집행을 했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박 전 단장과 법률대리인들은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오전 9시30분께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에 도착했다.

그러나 군사법원이 법원 건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문을 열지 않고 국방부 영내로 들어와 법원에 출석할 것을 요구하자 박 전 단장과 변호인단은 출입문 개방을 요구하며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군검찰은 법원 출입문 일대에 경찰 기동대를 배치하고 구인영장을 집행해 박 전 단장을 강제구인했으며, 오전 10시에 시작할 예정이던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1시30분에야 시작됐다.

박 전 단장은 해병 1사단 소속 채 모 상병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사건을 수사한 후 7월 30일 임성근 사단장을 비롯한 관련자 8명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민간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 장관은 이날 박 전 단장의 수사 결과 보고서에 서명했지만, 다음날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박 전 단장은 지난 2일 수사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고,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로부터 사건 자료를 회수하는 한편 박 전 단장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이후 그의 혐의는 ‘항명’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상관명예훼손’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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