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면역학적으로 건강한 어린이를 위한 일반적인 예방접종계획(NIP) 외에 특수 상황이란 면역저하자인 경우를 말한다. 선천적으로 면역체계 저하로 출생하는 질환들은 B-림프구와 T-림프구 감소와 탐식기능 저하(chronic granulomatous disease; 만성육아종질환) 그리고 무비증이 있으며, 이 질환들은 평생 지속된다. 그리고 후천적으로는 면역억제제를 장기 복용하는 경우,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악성종양 환자와 항암 또는 방사선 치료자, 장기 및 조혈모세포(골수)이식환자, 만성신부전 환자가 면역저하자에 속한다. 이 경우에 근본적으로 약독화 생백신은 금기이다. 예방접종의 기본 개념은 해당 질병의 바이러스나 세균의 일부 또는 약독화 시킨 생물(항원)을 인체에 주입해서 체내 면역체계가 이에 반응해서 항체가 생성되어 면역을 획득하는 원리이다. 그러나 약독화 생백신은 면역저하인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생백신은 금기가 원칙인 이유이다. 현재 예방접종 백신으로 약독화 생백신은 BCG, MMR, 수두, 로타바이러스 생백신, 황열이며 과거에 사용되었던 생백신으로 경구용 소아마비, 인플루엔자 약독화 생백신, 천연두(두창) 등이 있다.

일반인에게 면역저하 상태는 감기 등 바이러스감염에 따른 일시적인 상태일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오래 가지는 않으므로 증상 완화되고 전반적인 상황이 호전되면 예방접종이 가능하다.

1980년대부터 난치병으로 알려졌던 장기 손상에 의한 기능저하자에 대한 장기이식과 혈액종양 등 환자의 2차 치료로 조혈모세포이식이 시작되면서 특수상황에서의 예방접종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조혈모세포이식술이란 골수에서 생산되는 조혈세포를 공여자로부터 공급받아 대체하는 시술인데 이식받을 환자가 지금까지 예방접종을 받아서 획득한 면역 기억세포를 포함한 혈구들은 새롭게 주입되어 대체될 혈구들의 안전한 착상을 위해서 거부를 하지 못하게 약물과 방사선 조사로 더 이상 세포분열을 하지 못하게 조치하기 때문에 면역 기억을 하지 못하게 된 상태이므로 새롭게 예방접종을 통해서 각종 질병을 예방해야 한다. 재접종하지 않으면 1~4년 동안 항체치가 서서히 감소한다.



다음은 질병 별 예방접종 일정으로 이식이 완성된 후 1) 첫 접종 시기, 2) 횟수, 3) 최소접종간격 4) 추가접종을 표시하였으며, 2023년 6월 질병관리청에서 발간한 ‘예방접종의 실시기준과 방법’을 참고하여 기술하였다.

△폐렴구균: 3~6개월, 3회, 4주, 이식 후 12개월 후 추가접종.

△인플루엔자: 4~6개월, 1회, 매년 추가접종.

△B형 간염: 6개월, 3회, 1~2차; 4주, 2~3차; 8주, 1~3차; 16주.

△DTaP(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Tdap/Td: 6개월, 3회, 1~2차; 4주, 2~3차; 6개월.

△폴리오: 6~12개월, 3회, 1~2차; 4주, 2~3차; 6개월.

△Hib(B형 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 6~12개월, 3회, 4주.

A형 간염: 6~12개월, 2회, 6개월.

△일본뇌염: 6~12개월, 2회, 1~2차; 4주, 2차 접종 후 11개월 후 추가접종.

△사람유두종바이러스: 6~12개월, 3, 1~2차; 4주, 2~3차; 12주, 1~3차; 5개월.

△MMR(홍역, 볼거리, 풍진): 24개월, 2회, 4주.

△수두: 24개월, 2회, 4주, 13세 미만; 3개월, 13세 이상; 4주



고형장기이식인 경우에는 공여자의 장기가 잘 안착되기 위해서 수여자에게 각종 면역억제제 사용으로 인한 감염위험이 증가한다. 그러므로 필요한 예방접종 계획을 사전에 해야 한다. 불활성화백신 접종은 이식 2주 전 그리고 약독화 생백신은 4주 전까지 하여야 면역 획득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이식 후에도 2개월 동안 하지 않으며 약독화 생백신은 질병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금기이다.

면역억제제로 복용되는 스테로이드가 고용량(1일 20mg 이상 또는 2mg/kg/일 이상)인 경우에는 시작 전에 불활성화백신 접종은 이식 2주 전 그리고 약독화 생백신은 4주 전까지 마쳐야 한다. 그러나 저용량 단기간 투여일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치료 도중에 생백신을 꼭 해야 한다면 스테로이드 복용을 접종 전과 후에 4주씩 중단해야 한다.

요즘 뉴스 등을 보면 우리나라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고 문화가 세계를 앞서가는 현상에 괜히 어깨가 으쓱 올라 간 것을 느낀다. 일제침략시대와 6.25 사변 그리고 정치적 혼란으로 사회가 어수선하던 때를 고스란히 겪으시고,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가장 어려울 때 자식들을 키우시느라 평생을 보내셨던 부모님을 생각하면 늘 숙연해진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체격이 서구와 차이를 많이 좁힌 것도 전후 안정과 경제적 상승에 기반을 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출생 후 모든 성장과 발달은 유전과 환경 인자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하니 맞는 말이다.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한다. 태초에 가족 중심으로 살다가 모여 살면 장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집단생활을 하게 되고 이해관계가 발생하여 개인과 집단 간 국가 간 다툼이 이어져 왔다. 어느 민족보다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화평을 최우선으로 지켜 온 선조들은 내부 분열로 외세의 침입을 많이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 신체도 마찬가지로 내부가 튼실하지 못하면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 등 호시 탐탐 우리를 침범해서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세상사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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