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천 파리1대학 국제관계사 박사
정상천 파리1대학 국제관계사 박사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외부 이전 결정으로 연일 정치권과 언론에서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의 지나간 역사는 현재와 연결되어 있으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나침반 역할을 한다. 역사 연구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료와 여러 가지 정확한 역사적 근거들을 가지고 역사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시점에서 일어난 사실을 현재 시점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해서도 안 된다. 과거에 일어난 사실은 되돌릴 수도 없을뿐더러, 현재 시점에서 재해석하는 것은 무엇인가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 장군은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김좌진 장군과 함께 우리 독립무장투쟁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이에 따라 윤보선 대통령 때인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수여하였으며,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급 건국훈장인 대한민국장으로 승격하였다. 논란이 된 것은 그의 소련 공산당 활동 이력 때문이다. 홍범도 장군은 1922년에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공산당(코민테른) 국제대회에 참석하였으며, 1927년에는 소련 볼셰비키당에 입당하였다. 당시 민족주의 계열이든, 사회주의 계열이든 우리 독립운동가들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는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였으며, 노선의 차이는 있었으나 추구하는 목표는 동일하였다. 홍범도 장군도 소련 공산당에 가입하긴 하였으나 중요한 직책을 맡았거나 뚜렷한 활동을 한 기록은 없다. 오히려 1937년 스탈린의 고려인 이주정책 시행으로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당하는 수모를 당하였다. 거기서 그는 집단농장을 운영하기도 하고, 말년에는 고려극장의 관리인으로 일하며 여생을 보내다가 1943년에 이국땅에서 쓸쓸히 타계하였다. 1943년에 타계하였기 때문에 북한 공산당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아울러 1921년 러시아령 자유시 참변에 홍범도 장군이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으나, 그에게 덮어 씌워진 자유시 참변의 누명은 명백한 역사적 오류이다. 잘못된 사실은 역사적 진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전파, 확대 재생산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소련이 연합국으로 일본을 상대로 싸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가입은 당시로써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 역사연구의 기본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가 아닌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로 해석하지 말라는 것이다.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건국절 논란이 TV와 신문지상에 오르내린다. 건국절 논쟁은 1945년 8월 15일 해방된 날을 건국절로 하자는 것은 보수우익 진영, 특히 뉴라이트적 시각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 건국대통령으로 부르고, 4·19 혁명 때 철거된 이 대통령 동상을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광화문 광장에 세우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 공헌도 많은 만큼 허물도 많은 사람이다. 박정희 대통령, 백선엽 장군 등도 다를 바 없다. 지나간 과거를 들추어내어 여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정치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역사적인 논쟁은 역사가들에게 맡기고 미래지향적인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것이 정치인과 지도자들이 할 일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사태, 문재인 정부 시절 한일간 역사 분쟁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살펴보라. 일부 전교조 교사들의 좌편향된 역사교육 주입도 문제이지만,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우익들이 우편향된 역사관을 정치에 반영하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우리 역사학계는 광복 이후 꾸준한 역사연구를 통해 보편적이고 사실에 기반한 역사적 결과물을 교과서에 담에 왔다. 흘러간 역사는 있는 그대로 놓아두고, 정치와 경제, 외교와 국방을 튼튼히 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기를 순국선열들도 바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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