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KBS 내부서도 “우리는 사과나 해명 왜 없나”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재직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해준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JTBC가 왜곡된 보도였다며 공식 사과했다.

JTBC는 6일 방송한 ‘뉴스룸’에서 “관련 보도에 중요한 진술 누락과 일부 왜곡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이런 보도가 나간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우선 당시 기사 작성 과정에 있던 관련 담당자들은 업무에서 배제했고, 이 시기에 보도된 다른 기사에도 문제가 없는지도 검증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곡된 보도를 하게 된 점,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JTBC는 지난해 2월 21일 검찰이 2011년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씨 수사를 무마해준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대검 중앙수사부 조사를 앞둔 조 씨에게 “오늘은 (조사받으러) 올라가면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면 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또 변호사 남욱씨가 ‘조씨가 실제 주임 검사가 커피를 타 주며 첫 조사와 달리 잘해주더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당시 주임검사는 대검 중수2과장이었던 윤 대통령이었다고 전했다.

해당 기자는 지난해 10월 JTBC를 퇴직한 뒤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겼다.

JTBC 사과와 관련해 당시 뉴스타파의 보도를 주요 뉴스에서 비중 있게 다뤘던 MBC와 KBS 내부에서도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문호철 전 MBC 보도국장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총파업에 적극 참여했던 후배 기자의 일갈”이라며 MBC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공유했다.

글쓴이는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나온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 보도, 그리고 작년 3월 7일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이를 그대로 받아쓰기한 뉴스데스크 보도가 결과적으로 어떤 정당에, 어떤 정치인에게 유리한 보도였는지는 너무도 자명하다”며 “그 결과 뉴스타파 신학림 전 전문위원과 김만배씨의 뒷돈 거래 후폭풍은 고스란히 MBC 기자들의 부끄러움이 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진짜 궁금한 것은, 뉴스타파조차도 자사 보도와 관련해 어느 정도 사과를 한 마당에 이를 직접 취재한 것도 없이 무작정 받아서 확대 재생산한 MBC 뉴스데스크는 왜 사과 한마디 없느냐는 것”이라며 “더는 선의를 악용하는, 기자의 탈을 쓴 정치꾼들의 노름판에 판돈의 일부로 머물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앞서 새로운 KBS를 위한 KBS 직원과 현업방송인 공동투쟁위원회도 지난 6일 성명에서 “어느 순간부터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의 본질이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와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라고 주장했고, KBS 역시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보도와 논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며 “전후 사정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국민을 속인 노골적인 선거 조작이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또, “뉴스타파와 언론노조까지 신학림 전 위원장을 손절하고,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비록 두 집단의 사과라는 것이 모양만 사과의 형식을 띠고 내용적으로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정도라 하더라도, 그들은 적어도 사과하는 시늉이라도 했다”며 “KBS뉴스9는 지난해 3월 7일 보도한 내용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의 내용은 단 한 문장도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7일 신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와 관련한 보도를 한 KBS, MBC, JTBC의 팩트체크 검증 시스템에 대해 실태 점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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