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대선 ‘단골 후보’인 허경영씨가 지난 2007년 대선 때 자신의 공약집에 출산 수당 3000만 원, 결혼수당 1억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당시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1.26명이었다. 대다수 국민은 허씨의 이 공약을 보고 황당하다며 웃어넘겼다. 허씨는 또 이보다 10년 전인 1997년 대선 때도 공약으로 ‘토요 휴무제’ 북한의 핵개발에 대비해 ‘핵 주권 회복’ 등을 주장했다. 그는 이외에도 ‘여성부 폐지’ ‘국회의원 축소’‘수능 폐지’등도 공약집에 담았다. 어찌 보면 오늘날 현실이 됐거나 사회적 공론화가 되고 있는 이런 이슈를 20년 전에 공약으로 내놓은 허씨의 견해에 ‘선견지명’이라고 착각을 하게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78명이다. 올해는 더 떨어져 0.6명 선이 될 것으로 학계는 추산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속도로 출산율이 줄어들면 머지않아 대한민국의 소멸에 대한 걱정까지 해야 될 판이다. 경제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최하위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 21년부터 자연 감소로 돌아섰다. 미국 CNN은 지난해 말 “한국은 지금까지 2000억 달러(264조 원)를 투입했는데도 출산율을 높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인구가 줄어드니 각처에서 국가 소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지방 소멸과 농촌, 산업계의 일손 부족 현상이다. 전국 157개 시·군 중에 절반이 ‘소멸 위험 지역’이고 인구가 3만 명을 밑도는 군이 20여 개나 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면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 이상) 진입이 2030년에서 5년가량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이제 정치인들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국가가 머잖아 소멸될 위기인데도 허구한 날 정쟁만 벌이지 말고 출산율 높이기에 나서야 한다. 지역구가 없어질 판인데도 ‘태산명동 서일필’ 같은 정쟁에 매달리지 말고 지역구 인구부터 늘리는 정책을 펴라. 지역구가 없어지면 국회의원 출마도 어렵게 된다. 역대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연간 4조-20조의 예산을 퍼붓고 있는데도 가시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부터 인구정책에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으로 과감하게 투자를 펼쳐야 한다. 기업과 정치인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도 저출산이 남의 나라 일인 것처럼 인구 감소에 무감각하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웃 일본 경우 합계출산율이 1.3명인데도 지난해 인구가 78만 명이 감소했고 사람이 살지 않은 빈집이 850만 호로 늘어났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농촌 가운데 사람이 살지 않은 마을이 2015년 174곳이었는데 지난해 말 현재 1000곳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우리 국내 사정은 일본보다 심각한 상태다. 정부가 최근 이런 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달 내년부터 신생아를 낳은 가구에 대해 연간 7만 호의 주택을 특별 공급하고 유급 육아휴직 기간도 18개월로 늘리는 대책을 내어놓았다. 이 정도의 대책으로 낮아지는 출산율이 올라갈지 의문이다. 출산 대상자들인 젊은 세대들은 “내가 죽을 판인데 가정까지 꾸려 아이까지 낳아 길러라는 것은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 불평을 하고 있다. 해외 인구문제 학자들은 대한민국이 인구 위기를 극복할 골든타임은 앞으로 5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인구 문제는 국가의 존립이 달린 문제다. 앞으로 국가 생존과 발전은 인구 회복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일본의 인구정책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물론 대통령이 인구 문제를 직접 챙기고 앞장서야 한다. 길은 보이는데 그곳을 가야 할 사람들의 발길이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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