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균 영남대학교 객원교수·전 대구경구연구원장
오창균 영남대학교 객원교수·전 대구경구연구원장

며칠 전 대구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대구와 서울, 광주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 갈등 극복과 국민 통합을 고민하는 동서미래포럼의 정책세미나 자리였다. 이날 포럼에는 예상 밖으로 500명이 넘는 회원·비회원이 모여서 포럼 주제인 ‘정치·사회 혁신과 지방시대’에 관한 강연을 듣고 의견을 냈다. 강승규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박주선 전 대통령취임준비위회 위원장,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같은 내빈들도 함께했다. 포럼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자유롭고 정의로운 국가 건설과 개혁을 응원하기 위한 방안도 활발하게 논의됐고,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넘어 통합과 화합의 미래로 나아가자는데 참석자들이 공감하면서 실천을 다짐했다.

이렇게 뜻을 모은 데는 이유가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세계적 경제대국이다. 이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 국민은 그런 나라를 다시 자랑스러운 글로벌 중추국가로 우뚝 서게 해야 할 역사적 소명을 안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숙명 같은 혼란과 폐허에서 지금의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룩했지만 그 성취에 애써 눈 감은 채 주어진 소명마저 외면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을 모색 중인 윤석열 정부로서는 참으로 답답한 노릇일 테다. 그래서 선택한 게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대원칙으로 세우고 성장과 분배를 통해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자는 설득의 메시지인 듯하다.

윤석열 정부가 대외적으로 글로벌 중추국가를 내세우면서 대내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국민 화합과 지방시대다. 그러나 현실이 암담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 화합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사회적 갈등, 반목, 분열은 갈수록 도를 더해 간다. 특히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 세력의 발목잡기는 국정을 마비시킬 정도다. 거기다가 이 중차대한 대전환의 시기에 망국적 지역주의까지 대한민국에 태클을 걸고 있다.

사방이 위기 상황이다. 이제 모든 구성원들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 구분 없이 화합과 통합의 대의를 좇을 때다. 대한민국이 선진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에너지를 결집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야말로 정치·사회 혁신의 또 다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자면 시민이 앞장서서 갈등과 반목과 분열 조장에 몰두하는 인사들을 화합과 통합과 미래 개척에 헌신적인 인물로 바꾸는 ‘아래로부터의 정치·사회 개편’도 시도해볼 만하다.

본격적인 지방시대가 개막했다. 앞으로 지역의 일을 지역이 책임지고 추진할 수 있도록 중앙 권한을 지방에 맡기는 일이 윤석열 정부에서 한층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는 우리 정치도 지방시대 흐름과 적절하게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당장 내년 총선부터 시대 요구에 걸맞은 공천혁신을 실행함으로써 정치·사회 혁신의 방향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부 여당의 경우 국정 방향인 자유민주주의적 글로벌 스탠더드에 딱 어울리면서 지역을 잘 아는 디지털형 인재, 청년 인재를 대거 수용해 국가 전반의 경쟁력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지역 인재를 공천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준비된 글로벌 인재와 지역 인재의 활발한 정치권 진입 없이 지방시대는 성공할 수 없다.

정치·사회 혁신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은 당면한 실현 과제다. 이는 위로부터의 변화와 더불어 시민 대중의 자발적인 호응으로 강력한 동력을 얻는다. 각계각층의 역량이 제대로 결합할 때 국가와 지역 재설계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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