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늙어서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는 마음은 욕심인가? 살 만큼 살았으면 됐지 아름다운 사람까지 되려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욕심인 것 같기도 하다. 나이 들면 고운 모습이 없어지는데, 어떻게 해야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나? 정관계(政官界)에 아름다운 사람은 고사하고 얍삽하거나 능구렁이로 보이는 사람이 많아서 해 본 소리다.

늙은 쥐가 독 뚫는다. 늙은 말이 길을 안다(老馬之智). 백 년 묵은 구미호가 덕수넘기를 하여 사람으로 둔갑한다. 백 년 묵은 구렁이 이야기도 있다. 아름답든 아니든 간에 나이가 들고 늙어야 경험이 풍부하고 그 속에서 지혜가 나오고, 변신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이 들고 늙음이 영 소용없는 것은 아닌 모양이긴 한데, 늙어서 아름답고 푸근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능구렁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늙은이는 젊은이를 닮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안 되는 일이다. 자신을 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노년의 특성,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욕심을 줄이기 좋은 나이다.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감사하고 용서하며 살기에 적합한 나이다. 싱싱하고 활기찬 젊은이의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찬양해 줄 수 있다. 잔잔한 미소와 은근한 사랑 속에 인생의 푸근함이 담긴다. 노인이 어른이 되는 길이다.

건강하고 풍요롭고 고운 마음으로 범사에 감사하면서 살면 늙어도 아름답다. 비판하기보다는 칭찬하기, 미워하기보다는 예뻐하기, 의심하기보다는 믿어주기, 받기보다는 주기 쪽으로 노력하면 삶이 즐거워지고 아름다워진다. 아름다운 노인이 되는 기본 틀은 사랑이든 물질이든 받는 노인이 아니고 주는 노인이 되는 것이다. 주고자 하는 노인이나 주는 노인은 생각이 아름다우며, 세상을 보는 눈이 곱다. 고운 눈에 비친 세상은 아름답고, 푸근하고, 넉넉하다.

동네 어귀에 당당하게 서 있는 느티나무. 수령 500년이 넘었어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동령수고송(冬嶺秀孤松)이 얼마나 당당한가. 당당하게 삶을 즐기며, 자연을 사랑하고 일을 좋아하며, 소박하고 간결하게 생활하는 노년은 정말 아름답다.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욕심낼 필요도 없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담담하게 사는 늙은이가 아름답다.

아침놀이나 일출을 사진기에 담으려는 사람은 많다. 한낮에 이글거리는 태양을 찍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저녁놀, 일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려는 사람은 더 많다. 뜨겁지 않게 붉은 사랑, 잔잔하게 어둠 속으로 잠겨 드는 안식과 평화, 겸손, 감사의 마음이다. 모든 것을 용서하고 너그럽게 이해하는 아름다움이다. 늙어서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은혜요, 축복이다.

마음이 늙으면 몸도 빨리 늙는다. “남자는 마음으로 늙고, 여자는 얼굴로 늙는다.”라는 말도 있다. 젊음이 아름다운 것은 당연하지만 젊은 날을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돌아보지 말라 했는데 돌아보다 소금 바위가 될 수도 있다. 젊은이의 삶을 느긋이 바라보며, 활발하게 살아가도록 격려하자. 이제까지 쌓은 경륜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 쓰고, 나무라고 고집부리는 데 쓰지 말자. 속 좁은 늙은이가 아닌 푸근한 노인이 되자.

얼굴은 표정을 담는 그릇이고, 표정은 감정의 거울이다. 독한 말로 남을 비판하는 사람의 얼굴에는 부드러움이 없다. 독기가 흐르게 마련이다. 젊을 때의 아름다움보다는 늙어서 아름다움이 자신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이다. 자신이 살아온 대로 매겨진 평가다. 이해하고, 용서하고, 배려하고, 자신의 권익보다는 남의 권익을 챙겨주는 사람이 아름답고 푸근한 사람이다. 언론과 손잡고 각본을 연출하여 세상 뒤집기를 시도한 정치인이 있었다지만 그보다는 늙어서도 아름다운 사람이 훨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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