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섭 대구한의대학교 교학부총장
김문섭 대구한의대학교 교학부총장

입시정책의 변화 하나로 대한민국 사회가 온통 뒤숭숭한 모습이다. 올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 이른바 초고난도 문항을 일컫는 ‘킬러문항’을 두고 대통령까지 나서 문제점을 제시하고 이의 영향을 받고 있는 교육계 전체에 대한 바로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정부는 킬러문항을 풀 수 있어야만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그러려면 학원부터 다녀야 하는 상황이 상당히 비정상적인 것임을 밝히고 있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킬러문항 하나가 1조 원’이라는 말이 돌만큼 이런 문제풀이 노하우의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학원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고수준의 사교육 시장은 여기서부터 시작하여 유치원까지 내려가는 모습이다.

한국에서 입시를 둘러싼 사교육 논란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 원이며 사교육 참여율은 78.3% 그리고 주당 참여시간은 7.2시간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참여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2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초등학생 43만7000원, 중학교 57만5000원 그리고 고등학교는 69만7000원이다. 가구당 2명의 학생이 있다고 하면 이 비용은 두 배로 껑충 뛰게 된다. 작년 기준 가구당 월평균 소득 505만3000원 대비 사교육비가 20% 이상을 차지하는 모습이다. 가히 한국의 학부모들이 사교육비로 허리가 휘청거린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한국의 교육은 이미 사교육이 공교육을 지배하는 매우 기형적인 교육형태로 변해버렸다. 일 예로 초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읽기, 쓰기 등의 교육은 이미 유치원 단계나 학원에서 배운 것으로 치부하여 수업이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서부터 이미 사교육의 격차가 공교육 성과의 격차로 연결이 되며, 이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맹위를 떨치고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극한으로 치닫는 모양새를 보여준다. 이러니 좋은 수능점수를 받기를 원할수록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에 목을 매고 학원을 찾아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학원에서 수능문제를 잘 맞춰주는 일명 일타강사들의 수입이 년 백억 이상 된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입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왜곡현상은 사교육뿐만 아니다. 소위 일등대학부터 꼴찌대학까지 줄을 세우고 수능점수와 내신점수에 맞추어 배치가 되는 형국이다 보니 점수경쟁이 도를 넘는 형태로 나타난다.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의 입시스트레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10대들의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로 나타나는데, 자살 대부분이 학업스트레스와 상관이 있다고 한다. 이 10대의 자살률은 OECD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학교폭력 등 비행과 일탈행동의 원인들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입시로 연결되는 학업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음을 많은 교육관계자들이 말하고 있다. 입시중심의 교육이 한국교육을 비정상적 상황으로 몰고 있다.

이번 주 11일부터 15일까지는 2024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기간이다. 올 수능에서 킬러문항이 배제될 것이라고 하니 사교육을 받지 못한 수능 지원자들에게도 좀 더 공정한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고교 졸업생들이나 대학 재학중에 수능에 다시 도전하는 이른바 ‘반수생’도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킬러문항의 배제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사교육이 필요 없는 공교육의 정상화가 이루어질 때 한국의 교육은 바로 설 것이다. 또한 입시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운 교육을 만들어 내야 한다. 수능문제 하나가 한국교육을 지배하는 왜곡현상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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