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12세 이하의 어린이 예방접종은 1966년부터 대한소아과학회 주관으로 BCG, DPT, 소아마비, 종두,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홍역으로 시작되었으며 본인 자비로 부담되었다. 그러나 이상반응 발생 시 예방접종으로 인한 피해가 확인되면 국가가 보상하는 제도는 1995년 도입되었으며, 며칠 전 뉴스에는 코비드(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사망에 대해서 국가배상을 인정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국가예방접종지원 사업에 의하여 2008년 이후의 출생자를 대상으로 17종 백신에 대하여 전액 무료로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였다. 그러므로 지금의 성인은 현재 필요한 예방접종을 사비로 맞은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확인하고 새롭게 시작할 필요까지는 없다. 질병에는 호발 연령이 있어서 예방주사를 맞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자신도 모르게 자연감염으로 앓았거나 불현성감염(어떤 감염성질병이 침입했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아 모르고 지나간 경우)으로 어떤 질병에 대해서 항체를 형성했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세를 건강하게 사는 요즘은 나이와 무관하게 감염되며 삶의 질과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에 대해서는 철저한 확인과 조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백신은 A형, 간염, B형 간염, 폐렴구균, 대상포진, 파상풍(백일해), 사람유두종바이러스, 인플루엔자, 코비드-19이다.

△A형 간염 백신

간은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중요한 장기 중 하나로 역할은 탄수화물, 단백질과 지질의 복잡한 대사과정을 거쳐 신체 전반에 영양을 공급하며 담즙생산과 소화작용, 혈액응고인자와 알부민 등 생산과 저장, 비타민과 무기질 저장, 호르몬 대사, 약물과 알코올 대사의 해독작용 등으로 많은 작업을 하는 필수 다기능 공장의 역할을 한다. 간의 기능을 측정하는 검사로는 AST/ALT, 알부민 빌리루빈 등 있으나 간의 일부분만 제 기능을 해도 간 기능검사는 정상으로 측정된다. 간에 전반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간염으로 여러 종류가 있으나 간에 특정한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은 다섯 종류(A, B, C, D, E형) 가 있다. 이 중에서 A형과 B형은 다행스럽게 예방백신이 개발되어 있다.

A형 간염은 입으로 A형 간염바이러스가 침입하여 간세포에 직접 손상을 입혀 간염을 일으킨다. 환자의 배설물(대변)에 의해서 바이러스가 배출되므로 음식물 제조과정과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 철저해야 한다. 소아에서 발병 시 증상으로 감기와 유사한 증상 즉, 발열, 쇠약감, 식욕부진, 위장관 증상, 황달, 간 비대가 관찰되나 98%에서 1~2주 후 자연 회복된다. 그러나 청소년 이후 청년과 성인이 되어서 감염을 일으키면 상황은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어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전격간염(acute fulminant hepatitis)의 위험이 증가하며 심한 황달, 의식장애, 장출혈, 복수, 간의 위축, 간 기능 수치의 급격한 상승, 저혈당, 고암모니아혈증, 손떨림의 소견이 후반부에 나타나고 대부분 수 주 내에 사망하게 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예방접종이 원활하지 않았던 시절, 대부분의 감염질환들은 남들처럼 호발 연령에 걸렸을 때에 나타나는 증상보다 더 늦은 나이에 감염되면 이처럼 증상은 더 심할 수가 있으며 예후도 좋지 않은 질환이 많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할머니가 손자를 데리고 와서 하시는 말씀이 ‘왜 우리 애는 이렇게 자주 아픈가요?’라고 걱정을 하면 ‘어른이 되기 위해서 스스로 많은 병원체와 싸워 이겨 나가는 과정이니 예방접종만 철저히 하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위로를 드린다. 그러나 이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질환들이 있는데 만성호흡기질환인 기관지천식, 급성부비동염 등에 의한 질환인 경우는 정확한 진단과 조치가 필요하다.

이렇게 성인에서 감염되면 전격성 간염 등의 발생 위험이 증가되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질병이므로 한번은 항체 검사를 실시하여 항체가 없다면 6~12개월 간격으로 2회 반드시 접종해야 안심이 된다. 특히 항체가 없는 경우에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지역에 여행할 경우에는 사전에 점검해서 적어도 2주 전에는 예방접종을 하여야 한다(1차 접종 후 2주 지나면 항체 60% 획득). 이미 노출이 된 경우에는 면역글로블린 주사도 함께 고려된다.

백신은 불활성화 사백신으로 근육주사이며, 방어항체 획득률은 1차 접종 후 90% 이상이며 2차 접종 후 거의 100%에 이른다. 그러므로 항체 형성을 확인하기 위해 추후 검사는 필요하지 않으나, 면역저하자에게 접종하였을 경우에는 항체 형성이 정상인에 비해서 떨어지므로 항체형성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사 부작용은 일반 접종에서 볼 수 있는 경미한 주사부위 발적과 통증 등이며 과거 예방접종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던 경우에는 금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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