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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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전에선 작업가자미를 작가라 부른다
머리와 지느러미, 꼬리를 자른 채 가공 공장에서
깨끗하고 맛있게 보이도록 꾸민
가자미가 작업가자미다
바다로 놀러 온 작가들과 술을 마셨다
잘 살고 예쁘기만 한 작가들이다
아름다운 작가들과 오랫동안 술을 마셨다
바다가 곁에 있어, 바다를 손에 쥔 채
쓰러지지 않았다

[감상] 성윤석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멍게』(문지, 2014)는 시인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부둣가를 누비며 쓴 시 74편이 담겼다. 생선 상자를 나르며 주워 담은 활어(活魚)의 시편들이 살아 꿈틀거린다. “멍게는 다 자라면 스스로 자신의 뇌를 소화시켜 버린다.” (「멍게」), “딸아 고등어는 달이 너무 밝고 바다가 따뜻해지면 살이 마르고 입술이 부르튼단다.” (「고등어2」)와 같은 많은 시가 현장(現場)의 말로 쓰였다. “머리와 지느러미, 꼬리를 자른” 가자미를 “작업가자미”라고 부른단다. “깨끗하고 맛있게 보이도록 꾸민”게 가자미뿐일까? 나는 ‘작업인간’인가? 당신도 ‘작업’되었는가? 정말 다행이다. 영일대 바닷가 앞에서 오래 살았다. “바다가 곁에 있어, 바다를 손에 쥔 채” 살 수 있어서.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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