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나교 수피아미술관 기획실장·미술학 박사
방나교 수피아미술관 기획실장·미술학 박사

20세기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는 도시의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인간의 소외감과 외로움을 작품에 구현하는 미국 출신 작가이다. 호퍼의 작품에서 사실주의는 사물의 정확한 재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현실상이나 사회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의식에 있는 것이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생산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장밋빛 미래를 꿈꾸었던 미국 사회와 1929년 ‘검은 화요일’로 알려진 월스트리트 대폭락으로 촉발된 대공황을 경험하며 변화하는 대도시 속 인간의 삶을 고스란히 겪는다. 이러한 일련의 사회현상으로 당시 미국인들은 산업의 발달과 과학적 진보가 가져다준 결과에 좌절과 혼란을 겪으며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그들은 경제적 불안감과 불신으로 인해 환멸과 냉소, 허무의 감정을 갖게 되었다.

호퍼는 1920년대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호황으로 인해 마천루로 조성된 화려한 뉴욕의 외형과 달리, 도시에서 고립된 익명의 인간들이 겪는 미국의 참모습을 통해 현대도시의 이면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대공황 이후 찾아온 미국 사회의 변화를 인물과 건물 그리고 빛을 통해서 인간의 고독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호퍼의 작품은 다양한 장르에서 오마주(hommage) 된다. 대표적으로 영화 히치콕의 ‘싸이코(1960)’, 구스타프 도이치의 ‘셜리에 관한 모든 것(2013)’,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 광고(2016) 등 이고, 현대도시의 차가운 이면과 고독한 인간의 모습을 대변하는 소재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Hotel by the Railroad, 1952

‘Hotel by the Railroad, 1952’는 한 공간에 두 인물이 있지만, 소통보다는 서로에게 무심한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공허함을 인물의 시선과 빛, 그림자 그리고 창이라는 구조물을 통해 재현하고 있다. 호퍼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그림 속 창과 문은 외부와 내부의 경계, 보는 자와 보이는 자, 시선과 응시 등의 이중적 속성을 가진다. 호퍼는 다양한 공간에서 빛과 그림자에 관한 치밀한 탐구를 통해 인물의 내면 심리를 끌어내 감상자와 교감을 한다. 호퍼가 세상을 떠난 지 반세기를 훨씬 넘긴 시점에도 여전히 그의 작품에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이유는 현대 사회에서 정체된 일상을 반복하여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동일시되어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는 보편적 정서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멀리서 무언가를 찾기 위해 헤매는 경우가 있다. 어느 순간 삶이 흔들릴 때,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의 고리인 가족을 시발점으로 새로운 자신의 가치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다가오는 한가위 연휴에는 가까운 가족과 따뜻한 정을 나누면서 고독한 존재에서 벗어나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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