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방의 행정기구·정원·사무분담 등 조직의 형성·변경·폐지에 관한 자주적 권능을 자치조직권 또는 조직고권이라 한다.

헌법재판소는 “조직고권은 지방자치단체가 자신의 조직을 자주적으로 정하는 권능으로서 자치행정을 실시하기 위한 행정조직을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결정하는 권한... 이러한 조직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을 때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행정은 그 실현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자치조직권은 법령에 의해 강력히 제한받고 있다. 지방자치법은 지방부단체장의 정수와 직급 등을 직접 상세히 규정하고, 지방행정기구 및 정원과 소속 행정기관의 설치 등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행정안전부는 기준인건비제 위반시 보통교부세를 조정하고, 인사 등에서의 각종 협의제도를 사실상 ‘승인’으로 운용하고 있다.

대통령령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지나치게 상세하게 지방행정기구의 조직과 수, 직급 등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법률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법규명령에 대한 위임은 헌법 제75조에 따라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한정된다. 「지방자치법」 제125조에서 법령으로 위임한 사항은 정확히 “인건비 등...기준”에 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의 범위를 넘어서서 최대한의 제약을 가하고 있다.

지방의 조직·운영의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지방조직을 대통령령이 아닌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②전면적인 조례위임이 당장 어렵다면 대통령령에서 자치조직권을 제약하는 세부사항을 삭제하고 법률의 위임취지에 부합하도록 ‘기준’에 관한 규정만으로 정비하며, ③부단체장 정수와 직급 등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여 지방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④기구 설치 및 인사 등에 따른 각종 ‘협의’ 제도를 삭제하며, ⑤기준인건비제를 지방에 대한 통제로 활용하지 않도록 개선하고, 지방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여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목표로 제시하였다. 지방의 발전은 지방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 주며, 그 능력을 믿어 주는 바탕에서 이뤄진다. 진정한 지방시대는 지방의 자율성을 가로막는 제도의 빗장을 열고, 지역의 특성과 주민의 수요에 따른, 역동적이며 유연한 행정이 가능한 지점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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