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안동 부부한의원 원장

환절기가 시작되면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 비염과 피부질환이다. 비염과 피부질환은 한의학에서는 모두 폐의 선발작용(宣發作用)과 숙강작용(肅降作用)이 원활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폐의 선발작용이란 폐가 우리 몸의 기운을 넓게 펴서 흩어 보내는 작용이며, 숙강작용은 외부에서 들이마신 공기를 맑게 하고 수곡의 정미로운 기운을 인체의 하부로 내려보내는 작용을 말한다.

환절기가 되면 풍한(風寒)의 사기(邪氣)가 폐에 침습하여 막히게 되면 가슴이 답답하고 목구멍이 가렵고 기침과 가래가 나오며, 코가 막히게 된다. 폐의 호흡이 잘 안될 경우 피부의 호흡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어 피부표면에 독소가 쌓이기 쉬울 뿐 아니라 피부에 진액이 부족해져서 가렵거나 발진이 생기기 쉬운 상태가 된다.

이 경우에는 반신욕을 하면 도움이 된다. 우리 신체는 오장이라고 하는 중요한 다섯 가지 장부가 있다. 이 중 심장은 불의 역할을 하고 신장은 물의 역할을 한다. 더운 공기는 아래로 내려오고 찬 공기는 위로 올라가면 좋다고 하듯이 우리 몸도 심장의 화의 기운은 밑으로 하강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고 신장의 물의 기운은 위로 상승하는 것이 이롭다. 즉, 이런 상태가 유지될 때 우리의 인체는 조화를 이루게 되어 건강을 유지하게 된다.

사람이 건강한 상태일수록 머리는 서늘하게 유지되며, 발은 따뜻하게 유지된다. 각종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로하게 되면 상반신의 열은 높아지게 되고 하반신은 냉하게 바뀌면서 인체의 밸런스는 깨진다. 이 경우 반신욕을 하게 되면 배꼽 아랫부분을 따뜻하게 하고 배꼽 윗부분은 서늘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인체 기혈의 순환이 원활해진다. 이를 동의보감에서는 ‘두한족열법’이라 한다.

일본의 이비인후과 의사 신도 요시하루는 반신욕을 구체적으로 제안해 일본에서부터 반신욕 열풍이 불었다. 온천욕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특성과 건강비법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만든 실천이론이다. 그는 반신욕을 통해 아랫배의 차가운 기운이 없어져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적극적으로 반신욕을 홍보했다. 일본에서는 반신욕을 통한 ‘냉기제거 건강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신욕을 처음 시작할 때는 인체 온도보다도 약간 높은 38~40도 정도의 온도의 물에 명치 끝 아래 하반신만 담그고 20~30분 가량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땀을 내면 좋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하게 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반신욕을 꾸준하게 하면 우선 신체를 따뜻하게 해주어서 혈액순환을 잘 되게 도와준다. 근육통이나 타박상 및 관절염이 있으신 분들에게도 효과가 좋으며 불면증이나 수면장애와 같이 신경 정신과적 증상이 있으신 분들의 경우 주무시기 20~30분 전에 실시하면 효과적이다. 또한, 체중감량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고혈압 예방 및 치료, 중풍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여성의 경우 부인병 예방과 치료에도 효과가 좋다.

반신욕은 모든 체질을 막론하고 이용할 수 있지만 열이 많은 소양인이나 태양인 체질의 경우 처음에는 두통이나 답답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미지근한 상태에서 시작하다가 서서히 온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심한 운동이나 과음 후 열탕에 들어가는 것은 좋지 않다. 왜냐하면, 이미 운동을 하느라 혈액이 과도하게 순환되고 있는 상태인 데 뜨거운 기운이 순환을 너무 과하게 하여 심장에 부담을 주게 되면 혈압이 오르기 쉽다. 또한 반신욕을 처음하는 경우 시작할 때부터 뜨겁게 하게 되면 혈류순환이 너무 왕성해져 반신욕 이후에 피로감을 더 심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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