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2015년, B형 간염은 74억 명의 전 세계 인구 중 20억 명이나 이환되었고 2.4억 명이 만성질환자이어서 인류 존폐의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가시적인 현상이 되었다. 그래서 WHO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7월 28일을 ‘세계간염의 날’로 지정하여 그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만약에 인간이 다른 동물과 같이 자연 치유에 의존하는 의료 수준이었다면 오래전부터 인구는 급격히 감소했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문명의 꽃을 피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의 눈부신 발달로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치료를 해서 지금과 같은 현실 속에 살고 있다.

인체에서 간의 중요성은 이미 언급하였으며, A형 바이러스 간염은 급성전격간염에 의한 사망이 위협적이지만 발생 빈도가 높지 않은 반면,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의 손상은 많은 감염자들이 만성 간경화 질환으로 진행되고 상당수가 간세포암으로 발전되어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간세포암의 빈도가 높은데 70%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다. 만성화 비율은 감염 시기가 어릴수록 높아 신생아기 감염 시 90%, 5세 미만인 경우에 25~30%, 청소년 이후에는 5%이며 간세포암으로 진행되기 전이라도 25%에서는 만성간질환으로 조기 사망하게 된다.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의 침입 경로는 대부분이 비경구 즉, B형 간염 항원 양성(HBsAg+)인 보인자의 오염된 혈액을 통해서 감염된다. 수혈에 의한 감염 외에도 소독되지 않은 바늘로 여러 사람 주사해서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더 높다. 특히 마약 주사일 경우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최근 마약이 성행하는 국가에서는 역부족으로 마약 확산을 막기보다는 1회용 주사기 사용에 더욱 역점을 두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더 위험한 것은 B형 간염 항원 양성인 산모는 태아에게 수직감염으로 이환시켜 출생하는 어린이는 무방비로 감염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산모가 e항원 양성인 경우에 출생직후 신생아에게 면역글로불린과 B형 간염백신으로 예방하지 않으면 만성화 위험도는 크게 증가한다. 빈도는 낮지만 침입 경로로 환자의 상처 참출액, 정액, 질분비물 그리고 드물게 침으로도 전염된다.

1983년 우리나라에서 B형 간염 백신이 접종되기 전인 1982년 항원 양성율이 전 국민의 8.6%로 이 질환에 감염되어 있었다. 그 여파는 20~30년이 지난 후부터 간경화를 거쳐 간암의 발생률이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며, 아직도 주변에는 항원 음전화를 위해서 투병 중인 환자들이 많이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의 증상은 1~6개월의 긴 잠복기 후에 감기와 같은 발열, 식용부진, 피로감 오심 등의 전구증상으로 시작되어 참을성이 있는 사람은 중병의 시초인지 모르고 지나쳐 버릴 수도 있다. 조금 특이한 증상이라면 이유를 모를 관절통, 두드러기, 발진 등 혈청병양(serum sickness-like) 전구증상이 동반할 수 있으나 이 또한 비특이적 증상으로 진단이 늦어진다. 이러한 전구증상이 나타난 후에 간 질환과 관련이 있는 증상 즉, 황달, 심한 피로감, 전신 가려움증, 진찰 시 간비장비대 소견이 나타난다. 그래서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감기가 지속되면 항상 간염의 위험성에 대해서 기본 조사가 되어야 한다. 물론 조기 진단이 되었다 하더라도 특효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과로는 피해야 하며 간에 손상을 일으키는 약물과 술은 금해야 한다. 한 번 더 언급하지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명언이 있다. 의과대학 4학년 임상 실습으로 각 과를 공부하던 1972년이었다. B형 간염 예방주사도 없었으니 만성 간염으로 복수가 차 오랫동안 고생하던 환자가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드릴 테니 나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절규를 들은 적이 있다. 참으로 애석한 장면이었다.

이렇게 생명에 위협을 주는 질환에 대한 대책은 소홀하게 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성인은 어린 시절 국가무료접종 프로그램에 해당되지 않았으므로, 개인이 사비로 B형 간염 백신을 맞았을 것으로 추측되나, 기억이나 기록이 확실하지 않으면 B형 간염 항원(HBsAg)과 항체(HBsAb) 검사로 확인하여야 한다. 제일 바람직한 형태의 검사결과는 항원; 음성, 항체; 양성이다. 여기에서 해석은 B형 간염 항체가 양성이더라도 자연 감염에 의한 경우에는 항체치가 평생 유지되나, 예방접종에 의해서 획득한 항체 양성은 질병 방어력이 미흡할 수 있으므로 접종한 지 (5~)10년 마다 1회 추가 접종으로 항체치를 올려 주는 것이 좋다. 항원과 항체 모두 음성이면 질병 방어력이 없으므로 감염의 위험이 있다. 이 경우에는 3회 접종을 해야 한다. 접종 방법은 0,1,6개월 3회 접종하는 방법과 매달 3회 접종방법이 있다. 그런데 항원; 양성, 항체; 음성인 경우에는 급성 B형 간염이거나 만성 보유 상태이므로 만성 B형 간염에 대한 e항원(HBeAg)과 c항원(HBcAg)에 대한 추가 조사와 소화기 분과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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